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교육부는 2023년을 교권 회복의 원년이라 선포하고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내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발표한 대책은 추락한 교권 회복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앞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교원의 교육활동 방해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장을 간절히 바라는 전국 교원들의 호소에 부응하여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를 비전으로 한 종합방안인데 주요 핵심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정당한 생활지도가 가능하도록 학교장이 책임지는 ‘민원 응대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지원청에 ‘통합민원팀’을 꾸려 민원창구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데 있다. 기본방향은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 유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철저한 보호 ▷교원과 학부모의 소통 관계 개선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1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9월 1일부터 시행되면, 교사들이 수업을 방해받는 위급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교실 안 또는 밖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된다.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훈육까지 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훈계’를 할 수 있다. 이때 반성문 작성, 훼손 시설 원상복구(청소 포함), 문제 시정을 위한 대안 행동 등의 과업을 줄 수 있다. 또 학생이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때에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보고 ‘조치’할 수 있으며 교사는 학교장에게 학생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게 되고 학교장이 사안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징계받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조처도 신설된다. 또한 학생 동기부여를 위해 칭찬이나 상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됐다. 또한 교원은 학생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하여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호자에게 전문가에 의한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하는 ‘조언’을 할 수 있다. 이번 고시에서는 교사는 교원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해 수업 방해 물품을 분리·보관할 수 있다. 교육목적이나 긴급상황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다. 학생이 불응하면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한편,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하여 학생 또는 보호자가 학교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학생 또는 보호자의 권리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균형을 갖추었다.
이번 정부 대책은 위태로운 학교 현장을 바로잡기 위한 기틀이 되어야 한다. 신입 교사의 비극적 소식을 접한 뒤, 우리 사회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 학부모의 이해와 협조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학교 구성원 가운데 어느 한쪽이 위축되거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어떤 불행이 야기되고 뒤따르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교육 당국은 일과성 대책 발표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포용하며 배려하고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은 물론이다.
논란이 일었던 학생인권조례를 손질하는 것도 남은 과제 중의 하나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반된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교권 추락의 큰 원인이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교사의 수업권·교권 침해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교육행정에 있었음도 부인하기 쉽지 않다. 학교를 이념 투쟁과 정치 선전의 장이 되어서도 더더욱 안 된다. 수업 시간에 잠자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학생을 교사가 어쩌지도 못하고, 툭하면 학부모가 교사를 차별·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하는 교실에서 참교육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아닐 수 없었다. 교육부는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예시(안)을 마련해 보급한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 아래 자칫 학생 인권이 후퇴되어서도 결단코 안 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윈-윈 게임으로 유도해 함께 증진해 가야 할 소중한 가치다. 우리 사회에 교사들의 분노와 탄식, 좌절과 한숨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학생 인권도 존중되도록 조화와 균형, 실용과 가치 그리고 상식과 정의의 회복이 절실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