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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공사기간 부족 상태서 무리수... 부실 시공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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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공사기간 부족 상태서 무리수... 부실 시공 불러
  • 인천/ 정원근기자
  • 승인 2016.09.2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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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고철덩어리 된 853억원 인천 월미은하레일, 인천도시축전 일정 맞춰 무리하게 개통하려다 부실 시공
 2008년 7월 4일 인천시 중구 월미도에서 오색찬란한 축포가 터지면서 월미은하레일 기공식이 거창하게 열렸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 탓에 개통도 못 한 채 폐기처분돼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업비 853억원의 혈세를 집어삼킨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에 대해 두 차례에 나눠 분석해본다.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체장 치적 사업을 위해 절대 공사 기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월미은하레일 기공식이 열린 것은 2008년 7월인데 인천시가 당시 완공 시점으로 삼은 시기는 불과 1년 뒤인 2009년 7월이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막하는 2009년 8월 이전에 월미은하레일을 개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6.1km 구간에 고가 선로를 설치하고 4개 역을 새로 건립하는 공사를 1년 안에 마무리하려는 무모한 계획은 결국 부실 공사로 귀결됐다. 검찰의 2014년 수사결과를 보면 기초설계 땐 여러 개의 말뚝을 박은 뒤 교각을 세우는 타입말뚝 방식이 채택됐지만 실시설계 땐 시공 편의를 이유로 구멍 한 개를 뚫고 기초 말뚝을 박는 단일말뚝 현장 타설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각 163개 중 59개를 측량한 결과, 실제 시공 위치와 설계도면 상 위치 오차는 39∼999mm로 허용오차 15mm를 크게 벗어났다. 삐뚤어진 교각 탓에 궤도(거더)가 교각 중앙에 놓이지 않은 곳도 발생했고 이 때문에 직선 구간인데도 지그재그로 시공된 구간도 생겼다. 시공사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 때 개통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시 요구를 받고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안전에 중요한 공정을 생략했다. 원심력 완화를 위한 ‘캔트’를 설치하지 않았고 곡선 진입 때 발생하는 충격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완화곡선은 곡선 구간 34곳 중 3곳만 설치했다.
 시공사 일부 직원은 공사대금을 부풀려 하청업체에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공사 감리 관계자도 공정별 감리를 하지 않고 최종단계에서 일괄감리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원칙을 무시한 공사는 시험운행 때 각종 사고로 이어졌다. 2010년 6∼7월 시험운행 중 안내륜 파열 사고가 5차례나 발생했고 같은 해 8월에는 파손된 안내륜이 10m 아래 행인에게 떨어져 인명피해 사고도 발생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정상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는 2014년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하고 새로운 시스템의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수백억의 시민 혈세가 허공으로 날아갔지만 이를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월미은하레일 사업 수행기관인 인천교통공사 직원 8명이 경고 등 경징계를 받은 것이 전부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경제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거액의 혈세를 날렸는데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대형사업 추진 때는 정책실명제를 시행해 공무원들이 책임 있는 행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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