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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公薦) 과 사천(私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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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公薦) 과 사천(私薦)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04.10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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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항지역정가가 어수선하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 때문이다. 때가되면 치르는 선거지만 혼란스럽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공천문제가 놓여있다.

 

지금 포항이 그렇다. 공천을 두고 자유한국당 중앙당과 경북도당 사이의 밀고 당김이 권력다툼으로 비쳐진다. 적어도 시민의 눈에는 그렇다. 언론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출마 후보들 입장에서 가장 급하고 중요한 건 공천이다. 현재의 정당제도 하에서야 어쩔 수 없다지만 권력정치의 민낯을 보는 듯해 개운치는 않다.

 

공천이 항상 논란거리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공천 자체가 권력행사의 수단이 된 탓이다. 오죽했으면 시중에 공천장사란 말까지 떠돌고 있겠는다. 공천을 흥정하듯 사고판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휘두르는 권력 앞에 후보자들이야 속수무책이다.

 

 총선도 총선이지만 국회의원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입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늘 그래왔다. 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공천권이 무슨 권력인가’ 그렇다. 공천논란의 원인은 딱 한 가지다. 공천권이 절대 권력이 돼버린 탓이다.

 

 공천권의 권력 현상은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폐 하게 돼 있다. 영국의 법 철학자 액튼의 말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권력은 항상 옳지 않은 길로 빠지기 마련이다.

 

 다시 포항을 보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고위원회에서 포항시장 공천의 틀을 확정했다. 그리고 그 지침을 경북도당에 내려 보냈다. 이 과정에서 경북도당이 반발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그 뒷얘기를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지방선거, 그리고 포항지역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라고 하는 이곳 포항도 분열되고 갈라지고 있다. 포항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구속되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자연스레 자유한국당은 물론 보수정당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야 어떻게든 이번 지방선거를 보수 재건의 기회로 삼고 싶을 테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지지를 얻어 내야한다. 논리도 좋고 홍보문구도 좋지만 진작 중요한건 무엇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말뿐인 것으로 비쳐진다.

 

 그것이야 말로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기본예의다.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밖으로 곱게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속은 한없이 끓고 있을 것이다.

 

포항은 여타 지역과는 상황이 다른 곳이다. 시민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재난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이강덕 시장의 시정도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빌미로 잘못 들이밀었다가는 오히려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포항을 포함한 재해재난지역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우선추천 방침을 확정한 게 아닐까 한다. 경위야 어떻든 최고위원회는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임을 초등학생도 안다. 최종 의결을 뒤집으려면 정당하고도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 포항엔 자유한국당 시장후보 공천을 놓고 말들이 많다. 억척스런 말도 있고, 실소를 머금게 하는 말들도 있다. 후보선정 방식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누가 봐도 뻔하다. 공천권을 누가 휘두를까를 두고 벌이는 권력다툼일 뿐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모겐소가 정치를 악이라고 한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기자가 살고 있는 포항은 지금, 정치적인 몸살을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랜 시간 보수의 심장 역할을 하면서 남은 건 상처뿐이다. 지금은 무게중심이 없는 정치력 공백상태에 가깝다. 게다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갈수록 식어간다. 여기에 공천논란은 기름 붓는 격임을 정치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지방선거는 으레 지역사회를 흔들어놓는다. 갈가리 찢기기도 한다. 통합을 외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선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자면서도 결국엔 비방하고 헐뜯기에 바쁘다. 당내 경선이라고 뭐가 다른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9일 끝난 자유한국당 경북지사 후보 선정 과정을 보면 알만한 일이다. 그래서 독일의 정치철학자 슈미트는 정치를 아我와 피아彼我의 구분이라고 했나보다.

 

포항도 예외는 아니다. 공천논란이 지속되니 악성 루머와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얄팍한 속임수로 어부지리를 챙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이 앙금은 선거 후에도 고스란히 남게된다. 그게 현실정치의 필연의 결과다. 엎친 데 덮친 포항지역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런 소모적인 논란부터 없애야 한다.

 

그러자면 중앙당이 룰을 정한 만큼 서둘러 공천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옳다. 길게 끌어봐야 득 될 게 없다. 민심이 이미 돌아서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사천私薦하지 말고 공천公薦해야 한다고, 지금 자유한국당 내에도 사천논란이 반발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굳이 중앙까지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지역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금의 공천다툼은 결국 사천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도당이 하면 더 공정하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중립지대에서 지켜만 보겠다는 게 아니라면 이 말도 설득력은 없다. 현실정치구조 상 맞지도 않다. 말이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당협위원장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가. 누가 봐도 총선을 의식한 사천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중앙당이 공천하는 게 맞다.

 

정치인들이 망각하는 게 있다. 공천권의 참 주인은 시민이다. 사심보다 공심을 앞세워야 한다. 내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을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뒤집어 보자. 일반 권한, 특별 권한이 따로 있을까 권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권한을 특권인 냥 맘대로 휘두르니 못된 권한이 되는 것이며, 희한하게도 국회의원 누구도 현재의 공천권을 특권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공천시스템만 바꾸고 공천권 소재지만 바꾼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의식을 바꿔야 한다. 지역과 시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말이다.

 

관자 십일경에 ‘불위불가성 불구불가득(不爲不可成 不求不可得)’이란 말이 있다. 불가능한 일은 하지 말고 얻을 수 없는 것은 구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치를 하겠다면 한 번쯤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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