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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고 욕먹는 경찰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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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고 욕먹는 경찰 수난시대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5.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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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전국매일신문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집회 장소와 사건 현장에서 경찰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추락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관들이 오히려 시위대와 취객, 용의자 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빈발하면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근무 중 부상한 경찰관은 1689명으로 전년(1597명)보다 6.4% 증가했다.

하루 평균 네 명 이상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검거된 사람은 2017년 1만2880명에 달했다.

이런 문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벌이는 과격 시위와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는 등의 강력사건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서울 대림동 여경사건에서 보듯 취객을 귀가시키는 상황에서 경찰관의 뺨을 때리거나 신체 위협 행위를 하는 일이 밥 먹듯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 현직 경찰관은 시민들의 폭행에 못 견뎌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3년간 근무 중 20번 넘게 맞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공권력에 대한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찰관 폭행이 빈번한 이유는 소극적인 대응과 처벌 수위가 낮은 것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피의자가 구속된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이 현장에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발동해 과잉대응으로 억울한 국민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반면 범죄가 벌어지는 상황이라도 과잉 진압 논란이 일면 현장 진압에 나선 경찰관은 징계 등의 처벌과 민사상 책임까지 져야 하므로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민주노총 폭력사건에서 보듯이 수십 명이 체포돼도 기소되는 사람은 한두 명이였다 .
 
이처럼 공권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자 경찰보호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최근 경찰청은 경찰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통해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의 상태에 따른 단계별 물리력(장비) 사용 기준을 공식 발표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위협 정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구분했다.

이어 경찰관의 지시 등에 비협조적이지만 직접적인 위협이 없어도 경찰봉의 양 끝과 방패를 이용해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고, 폭력적 공격 단계에서는 전자충격기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또 흉기나 둔기를 사용하는 등 경찰과 제 3자에게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공격에 대해서는 권총으로 대응토록 했다.

경찰청은 향후 6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11월부터 전국 경찰에 적용할 예정이지만 역시 과잉진압 등 향후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실효성은 의문이다.지난 1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권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현직 경찰관의 청원은 위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20대 남자 경찰관이라는 작성자는 “지난 3년간 근무하며 술 취한 시민들에게 스무 번 넘게 맞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욕을 듣는다”며 “경찰관 모욕죄를 신설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술에 취했으면 두 배로 가중처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경찰이란 직업을 가지고 일선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최근 온라인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던 ‘대림동 여경’ 사건도 경찰관이 폭행을 당하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술에 취한 중국 동포 허모씨는 경찰관 뺨을 망설임 없이 때렸다.

폭행이 있기 전까지 경찰들은 대화로 허씨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출동해 전자충격기(테이저 건) 삼단봉 등의 진압무기를 사용했다가 과잉 진압으로 몰릴 경우 내부 감사는 물론 민형사 소송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일선 경찰은 과잉 진압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맞고 나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한 경찰관의 말에 억울함이 녹아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경찰관 폭행 땐 전자충격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등 물리력 행사의 규칙을 제정한 당일에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을 폭행했지만 경찰 대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민들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공권력이 특정 단체 앞에서 약해진다는 생각을 가지면 당연히 공권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미국에서는 현직 국회의원도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넘으면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갑을 채우고, 법 집행 요원에 대한 폭력 혐의는 구속돼 심사를 받는 등 처벌이 엄격하다.
 
한국에서는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법원에서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경우가 다수다.

선진국에서처럼 공권력 도전에는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검거 대상이 칼을 꺼내는 등 저항 행위를 하고 난 뒤에야 경찰이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수동적 공권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라면 대림동처럼 경찰관의 검문 요구에 중국 동포가 칼을 꺼내 찌르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현 사회에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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