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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50만명 시대 대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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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50만명 시대 대안은 없는가?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7.2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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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요즘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한국은 경제적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모색 중이다. 이 문제로 인해 과거사까지 들먹이는 것을 보면 단순히 한일관계에 있어서 경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현 정부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상기했으면 좋겠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사태 파악을 잘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언제까지 역사 탓하고 우방국 눈치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기왕 벌어진 일 누구의 탓이라고 할 때가 아니다.

어쩌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을 이 시대가 앞당겨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국제무대에서의 한국의 미래와 한일간의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의 역사는 지금부터 우리가 써야 한다.

직면한 이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필자는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역사는 내란이 있을 때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세의 힘을 빌려 연명하다 보니 우리의 주권은 어디에 가 있는가? 먼 미래를 바라볼 때, 지금 우리는 과거사에 얽매여 적폐청산이니, 비리니 하며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겨우 거푸집과 같은 자리 지키기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기왕 내지르는 김에 한소리 더 해야겠다. 소신 있는 정치가라면 자리에 연연할 할 것이 아니라 후계자를 잘 양성해 노후에도 사후에도 대접받는 인격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백 년 이내다. 지금부터라도 살아 있는 동안 후대를 위해 어떻게 하면 이 나라가 외세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잘 살 수 있는지 청사진이라도 설계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이야말로 초석을 다져야 할 때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국가 간에 전쟁이나 분쟁의 골이 깊어지면 질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 득이 되지 않는다.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조금 빗나간 얘기이지만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력가 위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단 명성뿐이겠는가? 세상사와 상통하는 말이다. 얽히고설킨 역사적 잔여가 청산되지 못한 탓에 과거사 문제에서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소국(小國) 일본. 요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일본을 지켜보노라면 이런 표현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사죄는커녕 되레 적반하장, 후안무치다.일본의 유치한 행태는 지난 12일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한일 간 경제 실무회의에서도 대로 이어졌다.

회의장에서 상대국인 우리나라 관료의 입장에도 불구 일어나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으며 협상 테이블에는 음료수는커녕 물 한잔 놓여 있지 않았다.우리 측 인사들이 정장 차림으로 자리한 반면 일본의 관료들은 노타이에 재킷도 입지 않은 평상복 차림이었다. 좁디좁은 회의실 벽면엔 일부러 치우지도 않은 듯 의자가 `여벌'로 놓여 있고 바닥도 지저분한 상태. 국가 간 실무협상자리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는 자리였다.회의 결과도 역시 아니었다.

무려 5시간 50분 동안 열린 회의였지만 일본은 스스로 `정당한 조치였다'는 자국의 입장만 밝혔을 뿐 우리 측의 주장이나 요구는 전혀 경청하지 않았다. 결국 회의는 다음 기약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각자 서로 발표한 회의 내용마저 달라 혼선만 빚게 한 회의였다.많은 국내 언론이 이 같은 일본의 태도를 성토했다. `창고 같은 곳에서 의도된 푸대접', `소국 일본'등 기사 제목만 봐도 당일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우려스럽게도 끝내 반일 감정의 확산을 불러오고 말았다. 국내에서 최고 매출 신장세를 구가 중인 대표적인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필두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 있으며 연예인들까지 SNS를 통해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노골적인 반일에 나서고 있다. 실제 한 개그맨은 자신이 여행을 가려고 예약했던 일본행 항공권을 취소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이러한 국내 움직임에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닛산은 최근 예정된 신차 출시 행사를 갑자기 취소했다. 한국에서 급속히 불이 붙은 반일감정 분위기에 도저히 행사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긴급히 일본에 날아가 급한 불을 끄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핵심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다 쓰는 우리 IT 기업들로선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초유의 무역 보복 조치를 당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어느 때보다 IT 부품 소재 국산화가 급선무임을 자각한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사상 최대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IT 부품 소재의 완전 국산화를 통한 기술 자립이야말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술 자립으로의 길은 아직 요원하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IT 소재 기술 격차는 최소 4~5년, 최대 20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당장 나서더라도 10년 이내 따라잡기 어렵다는 얘기다.이런 가운데 국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수가 올해 들어 50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얼마전 치러진 한 지방자치단체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는 1000여명을 뽑는데 2만여명의 응시생이 몰렸다. 하버드대학교에 가는 것보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더 어렵다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공무원 시험 열기.과학도가 배출되기는커녕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 이대로라면 어떻게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겠나. 자조 섞인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젊은이들이 넘치는데 생기가 없다. 길을 가면서도 강의 이어폰을 끼고 수험서에서 눈을 못 떼 ‘강시’ 같다. 그런 공시생이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의 미래가 나라의 미래 아닌가.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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