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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서 강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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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서 강촌을 보다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6.11.01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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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춘천 남이섬 주차장에는 승용차와 관광버스로 가득하고 수천명의 방문객들은 배를 타기 위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오후까지 반복되면서 외국인들의 강원도 관광1번지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0%가 남이섬만 방문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연가 열풍으로 시작된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인 일본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그 간격을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내국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폭발적 증가는 식당가 풍경도 바뀌게 만들었는데 우선 식당 수가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고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으며 식당메뉴도 닭갈비로 통일한 듯 하다.
점심시간,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점령당한 식당가에서 개인 관광객은 식사도 쉽지 않았다. 
식당주인들은 단체예약 때문에 개인 손님들은 점심시간에 힘들다고 한다.
식사가 끝난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서둘러 배를 타러 가거나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그들이 남이섬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3시간 남짓, 남이섬의 하루는 이러한 풍경이 하루 종일 연출되고 있다. 그제서야 왜 상대적으로 펜션이나 민박 등 숙박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에게 다음 일정을 물어보니 저녁에 남대문이나 동대문 방문이 예정되어 있고 다른 관광지 일정은 없다고 한다.
남이섬에서 멀리 떨어진 역 주변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면서 외국인 손님이 찾아오냐고 물어보니 사장님는 “저기는 딴 세상이예요” 시니컬한 반응으로 되돌아 온다.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강촌이 궁금해졌다.
한때는 낭만1번지로 명성이 자자한 곳인데 나름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전철을 타고 강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촌 중심가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새로운 명물이라는 출렁다리에는 중년부부만이 거닐고 있었고 놀이기구에 한 무리의 여학생들만이 타고 있다. 식당가에는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고 가게를 열지 않은 곳도 여럿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 많던 민박집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해가 간다.
커피숍에서 주인에게 강촌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과거 기차시절보다 휠씬 못하고 주말에만 장사하는 집도 많다고 한다.
또한 전철개통으로 숙박 관광객은 주말 외에는 거의 없고 당일 관광객도 남이섬으로 많이 뺏겼다고 우울해 하신다.
강촌쇠퇴의 이유 중 하나가 전철 때문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남이섬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강원도 각종 단체와 연구원에서 전철개통에 따른 파급효과를 언급한 점이나 관광지간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각종 분석자료가 강촌은 논외인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다시 발길을 가평으로 향했다.
전철의 위력이 어떠한지 눈으로 확인하길 위해서였다.
오후 7시, 서울로 가는 플랫폼에 서울시청역을 방불케 하는 인파들이 모여 있다. 춘천으로 오는 내내 머릿속은 복잡하고 가슴 속은 답답하다.
오후 8시, 다섯명이 탄 전철칸이 왜 그리도 넓어보이는지 마침내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또한번 놀라은 광경이 펼쳐진다. 역시 서울행 플랫폼에 가득한 20대들, 관광객은 아닌 것 같고 지역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되는 풍경이다.
또다시 강원도는 들썩이고 있다.
동서고속철도, 제2영동고속도로, 원주전철 개통 등 수도권 투기꾼들의 입맞을 당겨줄 각종 교통 인프라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또다른 남이섬, 또다른 강촌이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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