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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늘리는게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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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늘리는게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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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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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치킨집이나 카페 등이 밀집한 지역에 같은 업종을 창업하면 은행 대출금리나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을 해줄 때 연체 이력, 연 매출액 등만 확인해보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창업하려는 업종의 과밀·과당경쟁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 보니 목 좋은 곳엔 한 집 건너 카페와 치킨집이 생겨났다. 치킨집들은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치고, 건물주는 상권이 커질수록 임대료를 올려 결국 창업하느라 낸 빚만 떠안은 채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


지난 2009∼2013년 5년간 연평균 창업 수는 77만개인데 폐업 수가 65만개에 달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 여신심사 모형을 따로 만드는 것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창업을 막자는 취지다. 은행들은 매출액, 연체 이력 외에도 자영업자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디에 어떤 가게를 열려고 하는지 살펴본 뒤 대출해줘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드는 과밀업종·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과밀지역 창업자에게는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올해 안에 각 은행이 새로운 여신심사 모형을 반영한 대출 심사를 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청도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업종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를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중에는 부동산임대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상가·오피스텔·아파트를 사들여 세를 놓는 사업자들은 매년 대출 원금의 일부(최소 30분의 1)를 의무적으로 나눠 갚아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 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 개이나 폐업 점포 수는 65만 개에 달했다. 창업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그런데 은행권은 대출을 할 때 자영업자의 연체 이력과 매출액 등 기본적인 내용만 보고 실제로 중요한 사업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만 신경 쓰고 정작 중요한 사업 성패는 몰라라 하는 모순적 행태인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손쉽게 시장에 진입한 자영업자들이 출혈 경쟁에 내몰려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빚을 내 창업했다가 노후 자금을 모두 날리는 퇴직자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작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300조5천억 원이고, 추가로 받은 가계대출이 164조 원이다.


소규모 창업이 이처럼 느는 이유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28만9000명 늘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취업자 수는  되레 11만5천 명 줄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같은 기간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일자리 수가 11만5천 명(5.1%) 늘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거나 소규모 창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무분별한 창업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노하우나 경험이 없는 퇴직자가 소규모 점포를 창업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추가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융위는 자영업자 대출을 분석해 올해 상반기 중 생계형·기업형·투자형 등 유형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근본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 좋은 일자리가 충분하면 위험천만한 창업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람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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