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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사드' 사태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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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사드' 사태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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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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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거래 제한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IT·전자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통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화웨이와 '절연'할 경우 방대한 중국 시장에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IT·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통상전쟁 및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경우 직접적인 실적 감소는 물론 화웨이와 무관한 다른 사업 및 현지 생산·판매 법인 운영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화웨이와 사업적으로 가장 얽혀 있는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amp: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화웨이와는 3년간의 특허 분쟁후 지난 2월 말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관계를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원) 가운데 17.7%(43조2100억원)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최근 '화웨이 때리기'의 최대 승자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타깃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큰 분위기다.


미·중 무역 전쟁은 어느 땐가는 끝나겠지만 그때까지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3일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물리는 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지만 우리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 한복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영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달리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24%에 달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자칫 미·중 모두의 신뢰를 잃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봉쇄조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이고 정부가 사기업의 활동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화웨이는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일부 우리 이통사에는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당장 반도체 주요 고객과 거래를 끊으면 눈앞의 이익 감소도 문제지만 경제적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품질이 뛰어나고 값은 다른 제품보다 30% 정도 싼 화웨이 통신장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5G 이동통신 기지국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국익 관점에서는 선제적 조치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며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만, 화웨이 봉쇄조치에 영국과 일본, 호주, 대만, 뉴질랜드 등 미국 동맹국들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중단에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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