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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의식의 시발점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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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의식의 시발점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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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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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는 인재(人災)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하면서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 계산을 잘못한 데다 원자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제어봉 조작도 미숙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이런 내용의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0일 오전 정기 검사 중이던 한빛 1호기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측정 시험 중 출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원안위는 이날 규정 위반 정황을 확인하고 한수원에 원자로 수동정지를 명령했으며, 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착수 열흘만인 지난달 20일,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 위반 정황이 확인됐다. 원자로 열출력 제한치(5%) 초과 상황에서도 규정대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고,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용 정지를 명령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해왔다. 특별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지난달 한빛 1호기의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근무자의 계산오류 때문이다. 시험 중 원자로 제어봉을 조작하는 그룹 간의 편차가 생겼고, 한수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반응도(원자로 출력 변화값) 계산 값이 잘못돼 원자로 출력값이 18%까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제어봉은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핵연료 교체 후 원자로가 안전한 출력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제어봉이 원자로 출력을 설계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 반드시 시험해야 한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은 14년 만에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변경됐는데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 차장은 기동 경험이 처음이었고 관련 교육 훈련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껏 한수원은 시간이 덜 걸리는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DCRM)으로 제어봉 제어능을 측정해왔지만 이번에는 노이즈(오류) 간섭이 증가해 측정법을 변경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노이즈 간섭 증가 이유에 대해서도 계측기 문제 등을 비롯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를 유발한 제어봉의 제어능력 시험은 제어봉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진행한다. 올리면 출력이 올라가고, 내리면 출력이 내려간다. 제어봉을 2회 연속 조작해야 하는데 한 그룹에서 한 번만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제어봉을 잘못 조작하는 바람에 그룹 간 편차가 생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기로 했다가 계산 오류로 인출 값이 잘못돼 열 출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달 20일에 발표된 원안위의 1차 조사에서는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의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별사법경찰까지 투입된 특별조사에서도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원전 안전 의식의 시발점은 신뢰다. 그런데 한빛 1호기 열 출력 급증 사고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참하게 추락시켰다.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면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나 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안전 문제와 직결된 민감한 일을 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열 출력 이상이 발생한 뒤에 지켜야 할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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