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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려공원, 이해타산 초연한 '삶의 쉼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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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려공원, 이해타산 초연한 '삶의 쉼터' 되길"
  • 충남취재본부/ 한상규기자
  • 승인 2014.02.18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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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려 이유태 선생의 출처대의와 개혁사상은 무엇인가 

초려 이유태(1607~1684) 선생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며 경세사상가로 저서에는 ‘사서문답’·‘심경현토석의’·‘사례홀기’·‘기해봉사’·‘향약’·‘정훈’ 등이 있다. 

초려선생은 효종 원년에 신독재, 우암, 동춘당, 탄옹 권시 등과 함께 산림오현으로 예우 받았으며, 그 이후에 우암, 동춘당, 시남 유계, 묵재 허적과 함께 밀지오신로서 효종의 부름을 받아 우암, 동춘당, 미촌 윤선거, 시남 등과 함께 이른바 충청오현으로 일컫고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초려 선생은 기호 유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초려선생의 기해봉사는 초려향약 및 초려정훈과 함께 논의해야 그 의미가 명료하게 드러난다. 본래 기해봉사는 향약과 함께 현종에게 제진된 것이었으며, 기해봉사가 국가 단위에서의 사회 개혁책이라면 향약은 향촌 사회의 자치 개혁방안이며 정훈은 가정에서의 삶의 양식을 정리한 내용이다. 즉, 초려선생의 경세 사상과 사회 개혁론은 가정에서 향촌으로 향촌에서 국가사회로 나아가는 일관된 체계 속에서 제시된 것이다. 

초려선생은 조선조 중엽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혼란을 겪은 상황에서 조선의 미래에 대해 고민 한 바, 양난 이후의 개혁이야말로 국가의 급선무라고 인식해 기해봉사를 제출해 국가의 전면적인 개혁 정책을 제시했다. 

초려선생의 이러한 사상이야말로 바로 공자 맹자의 출처대의에 해당되는 것이다. 초려선생은 늘 “공자와 맹자는 자기 기본원칙을 폐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맞는 임금을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군주의 극진한 예우와 신료들의 인정 속에서 관직에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관직이나 벼슬자리가 주는 이익과 명예에 초연했고, 국가를 개혁해 국리민복을 이루려는 자신의 사상과 방책이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초점을 두며 기해봉사의 내용들이 실천되지 않으면 자신까지 나아가 벼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따라서 초려 이유태 선생은 바로 공자와 맹자의 유학 사상과 정신을 충실히 체현한 학자이며 경세사상가로서 기호 유학의 중요한 인물이다. 특히 무실적 개혁사상을 담은 기해봉사는 초려 선생의 학문의 정신과 지향을 오롯이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다. 지금 기호유학에 대한 총체적 연구의 맥락에서 초려 이유태 선생의 학문과 생애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해봉사의 개요는 

초려선생은 유학자이며 경세사상가다. 유학은 궁극적으로 경세치용을 위한 실학이라 할 수 있다. 정심수신이 치국평천하의 근본이 되는 것이니 유학을 보다 높은 차원의 정치학이라 해도 무방하다.  

초려 기해봉사는 당시 조선왕조의 현실을 반영한 대개혁방안으로서 무너져가는 나라의 기강을 다시 세워 중흥의 대업을 시도했던 시의적절한 경륜의 표출이었다. 본 상소문만도 2만여 자가 넘고, 별책으로 올린 향약책까지 합치면 4만여 자가 넘는 대상소문이다. 

전반부에서 당시 조선왕조의 실상과 폐단을 들고 그 원인을 규명했으며, 이어서 3강 16목의 기본틀에 따라 본격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정개혁의 3강령은 풍속을 바르게 하는 것, 인재를 양성하는 것, 과거의 잘못된 폐단을 개혁하는 것 등이다. 정풍속에는 향약, 오가통, 사창 등 3가지 절목이 있다. 양인재에는 학교, 연영원, 과거법, 오위, 군자별창 등 5가지 절목이 포함된다. 초려는 정풍속과 양인재를 통해 국가 통치의 기본 골격을 구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혁구폐에는 내수사, 공안, 부세, 인역, 양전, 태용관, 구임, 금치습 등이 있는데, 이 8가지가 시의변통과 경장론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서 수신제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체용과 본말이 두루 갖추어진 실사구시적인 초려 기해봉사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초려 기해봉사는 당시에도 학문적, 정치적으로 같은 이념적 지향을 가진 동료들은 물론 국왕을 비롯한 조야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됐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신진연구자들이 초려학의 학문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초려학이 중기이후의 조선사회를 붕당과 같은 정치적 이합집산의 측면이 아닌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광복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환경이나 문제들을 보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오늘날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소강의 진전을 바탕으로 해 더 큰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적극적인 개혁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려학이 우리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

●향후 초려공원의 활용 방안이 있다면 

초려유적 공원이 잘 완성돼 앞으로 어떤 역학을 할 수 있을까를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물 하나의 완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앞으로 조성될 초려 공원은 진정한 의미의 삶의 쉼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현대 사회는 생존 경쟁의 논리에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이 경쟁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근본에 내재하는 순수하고 맑은 정신을 새롭게 찾아내는 진정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 필요하다. 국가의 행정 중심지인 세종시의 많은 시민들이 이 초려 공원에서 물질의 이욕에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타산에서 초연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관의 관리와 유지 보수 등이 잘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초려 공원에는 앞으로 조선 시대의 서원과 같은 시설이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단순한 시설물의 하나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초려 공원의 주요 건물들이 완성되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그 건물들을 실질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서원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대는 평생 교육의 시대이다. 그리고 세종시는 특히 정부의 주요 공직자의 터전이다. 본인의 사견으로는 초려 공원이 서원에 걸 맞는 교육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 

또한 지금 기호유학의 재조명과 평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조선 유학의 커다란 줄기였던 충청 지역의 유학과 유학자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 지원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서 초려선생의 생애와 철학이 깊이 연구되고 기호유학의 연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래 공자 맹자의 유학은 인간의 숭고한 도덕적 경지에 대한 충실한 실천과 정신적 도전의 학문이다. 우리는 이 유학을 통해 생존 경쟁에 내몰리며 하루를 살아가는 평균적인 일상인들의 삶이 고뇌와 불안 속에서 평화와 안식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기 이른바 봉건 잔재, 구시대적 폐단 등의 비난과 비판 속에서 버려졌던 유학이 이제 우리 스스로 우리의 길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호유학의 역사에서 초려 이유태 선생의 전체적인 위상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조성되고 있는 초려 공원이 단순한 하나의 공원으로 그치지 않고 유학의 근본정신과 기호유학의 역사적 의미와 초려 선생의 개혁정신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생한 정신 계승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세종시의 미래 비전에 대해 한마디 

세종시는 인간의 삶이 자연 환경과 함께하며 과학기술의 편의가 역사적 숨결과 병행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적 질서와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인류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세종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초려 이유태 선생의 개혁 정신과 출처 대의는 ‘세종’시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정신적 좌표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맥락에서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초려 공원은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보여주는 역사적 현장이며 교육의 터전으로서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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