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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8] 뜬금없이 ‘여성전략특구’, 뜨악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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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8] 뜬금없이 ‘여성전략특구’, 뜨악하고 불편하다
  • 서길원 대기자
  • 승인 2024.03.05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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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주권자로서, 또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존중은커녕 무시 당하고 있다는 불편함이다. ‘시스템 공천’을 주장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오만의 끝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뚱맞다 못해 뜨악하고 불편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략 공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호남이 아무리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래도 되는가 싶다. 그럴수록 더 존중하고 진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호남 유권자를 호주머니 속 동전처럼 여기며 그럴 생각도 없으니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주권자로서, 또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존중은커녕 무시 당하고 있다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오해 마시라. 이 지역 현역의원인 서동용 의원이 탈락해서가 아니다. ‘시스템 공천’을 주장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오만의 끝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성전략특구’라며 권향엽 전 비서관을 공천했지만 왜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이 해당지역인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것도 이번 공천에서 처음으로 여성전략특구를 지정하면서 말이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그 대상이 하필이면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재명이네마을’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표면화 되겠는가.

권 전 비서관의 공천은 지난 1일 심야 비공개 최고위에서 논의한 뒤 자정이 넘은 2일 새벽 발표됐다. 비명계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탈락을 확정 지은 그 회의에서다. 당시 회의에서 권 전 비서관의 단수 공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 전 비서관은 4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경선에 나섰지만 서동용 의원에게 패했다. 

이번에도 양측 모두 공천을 신청해 경선 재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서동용 컷오프, 권향엽 단수 공천’ 결정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KBS광주방송이 실시한 해당 지역구 민주당 총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서 의원이 40%, 권 전 비서관이 14%였다. 여수·목포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월 28일부터 이틀 간 무선전화면접(100%)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서 의원은 26%로 권 후보(12%)를 두 배가량 앞섰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론조사가 공천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경선도 아니고 명분 없는 막대기 꽂듯이 할 바에야 차라리 민심이 실린 여론조사가 더 타당하다는 일부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인물이 경선도 없이 단수 공천으로 직행할 경우 민심이반 등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걸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뜬금없이 ‘여성전략특구’로 지정, 이런 공천을 강행한 불가피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이 공천하면 너희가 어찌하겠느냐’는 오만이 아니라면 유권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던지 또는 설명을 하는 것이 공당의 도리다.

민주당이 공당의 도리를 팽개치면서 염치도 체면도 없이 표를 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민주당의 잘못 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뒤늦게나마 권 전 비서관의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이 지역 현역인 서동용 의원과 국민경선 100%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기로 한 것은 참 다행이다.

이번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 전략공천을 계기로 이제 한번쯤은 투표장에 들어서는 우리의 손가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자성의 의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속 당도 좋지만 그에 앞서 살펴봐야 할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지역 발전과 정치 순화를 위한 능력과 자질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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