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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견제받지 않은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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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견제받지 않은 악법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4.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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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고대 진나라를 강력한 제국으로 올려놓은 상앙의 법. 후대의 사가들은 최고의 법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악법이라고 혹평한다. 상앙은 전국시대에서 제국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법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말년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악법가로 평가 된다. 사가들은 왜 진나라를 부강 시킨 공로는 깡그리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일까. 상앙은 처음에는 황실에서 최고 영웅대접을 받았다. 그의 법은 개혁법으로 그 기반 위에 진 제국이 탄생되었다.진나라는 상앙법을 시행한 지 10여년 뒤 천하통일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부국강병책에 힘입어 강대국으로 변모한 것이다. 상앙의 법이 정착되자 진나라의 풍속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백성들은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았으며 시장은 활기를 찾는 듯했고 길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줍지 않았다. 산에 숨어 악행을 저지르는 도둑도 없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자진하여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갔으며 마을 치안 질서도 안정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피로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백성들이 새 법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작은 죄를 짓기 마련인데 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때 태자가 법을 어기고 말았다. 태자는 군주의 후계자이므로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시종을 처벌하고, 왕자의 스승 얼굴에 치욕적인 문신을 하여 추방했다. 진 효공이 죽고 혜왕이 즉위하자 상앙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귀족들은 그가 반란을 꾀한다고 모함했다. 체포령이 떨어지자 상앙은 도망을 치게 된다. 시골의 한 여인숙에 묵으려 했는데 주인은 ‘상군의 법률에 의하면 여행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재우게 되면 똑같은 죄가 된다’면서 거절했다.

이때 상앙은 ‘내 법의 피해가 급기야 내 몸에까지 미쳤구나’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결국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거열형이라는 참혹한 처벌을 받았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700개 업종에 7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 백개 점포가 폐업하거나 휴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이 받는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는 자치단체의 행정명령이다.

실례로 모 도시 지역에서 상인들이 새로 간판을 달았는데 규정을 일부 여겼다, 관청에서 불호령이 떨어져 불황에도 불구, 간판을 모두 교체해야 했다. 불만의 팽배는 그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강력히 법을 집행한 후보가 낙선하고 말았다. 국민은 국가의 기본이며 어려운 사정을 보살펴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아무리 좋은 법도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법은 성공하지 못한다. 작은 범법도 용납하지 않는 지나친 응징은 자칫 ‘상앙의 악법’이 될 수 있다.

지금 의료대란의 해결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의사, 수련의, 환자 모두 우리 국민들이다. 대통령이 자존심에만 매몰되지 말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단독 처리해 국회 본회의에 넘겼다. 양곡관리법은 쌀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한 내용이다. 쌀이 남아돌아 매년 10만t 이상을 사료·주정용으로 처분하는데 이 법을 시행하면 쌀이 더 남아돌게 된다.

쌀값을 떠받치는 데 매년 1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쏟아야 한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일부 수치만 고쳐 재발의한 것이다. 농안법은 배추·고추·사과·배 등의 최저 가격을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내용이다. 주요 5대 품목 보상에만 매년 1조1900억여 원의 예산이 든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토록 한 전세 사기 특별법도 이미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2조원의 예산이 든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새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다시 입법 폭주를 시작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는 노란봉투법, 의료 직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간호법, 공영 방송을 자기들 편으로 만들려는 방송 3법 등도 처리 예고했다. 모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부작용 때문에 추진하지 않았던 법들이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이재명 대표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총선 공약을 정부가 반대하자 아예 법률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예산(13조원) 부담이 크고 삼권분립 취지에도 어긋난다.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 등 국가적 과제나 기업·민생 살리기용 법안은 외면한 채 포퓰리즘 법안들만 앞세워 추진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총선에서 압승한 뒤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각종 쟁점 법안들을 위장 탈당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통과시켰다. 결국 국민 심판을 받아 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그런데 또 같은 전철을 밟으려 한다. 반윤석열 바람으로 승리해 놓고 입법 폭주 허가를 받은 것처럼 생각한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거의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는 가운데 단독 처리하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면 국회가 마치 민주당 부속 기관이 된 것 같다. 의회에서 힘자랑을 계속한다면 총선에서 대승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노무현·문재인 정부처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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