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32대・소방관 128명 진화...'징역 10년' 방화범, 2018년 출소
2023년 2월 10일 '문화재 방재의 날' 숭례문 야간 경관조명 밤새 점등
문화재청 "15년 전 사고 상기시켜 화재 위험성 일깨우기 위한 취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4일 숭례문 복구 준공
지난 2013년 5월 4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숭례문 복구 준공'과 '숭례문 화재'다.
● 다시 문 연 '숭례문'···복구 기념식 개최
국보 1호 숭례문이 5년 3개월에 걸친 복구를 완료하고 다시 국민 앞에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4일 오후 2시 숭례문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복구사업 참여 장인, 그리고 일반 시민 등이 운집한 가운데 지난 2008년 2월 10일 화재 이래 진행한 복구사업이 공식 완료됐음을 선언하는 완공식을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숭례문의 부활은 단순한 문화재의 복구 차원의 의미를 넘어서 우리 민족의 긍지를 되살리고 새로운 희망의 문, 새 시대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국정 기조의 핵심축으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서 "숭례문의 새 문이 활짝 열렸듯이 우리의 문화 자산과 콘텐츠를 인류가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활짝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인사말에서 "숭례문 복구 사업이 진행되던 지난 5년3개월 동안 저희 문화재청은 진정어린 참회의 시간이었다"면서 "숭례문 복구는 우리 민족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저력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기념식은 '숭례문, 문화의 새 문이 열리다'는 슬로건과 '상생'이라는 주제 아래 숭례문 현장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개최된다.
연극 연출가 출신 이윤택 씨가 총감독한 이번 경축행사는 문화유산의 후손전수를 염원하는 어린이 합창단의 동요합창에 이어 과거의 액운을 씻어 하늘로 보내는 숭례문 천도 의식으로 서막을 올렸다.
이어 숭례문 명예수문장이 경축행사 개막을 알리며 북을 울리는 개식타고(開式打鼓)를 하고 복구 경과보고, 현판 제막식, 박 대통령을 비롯한 주빈들의 경축사를 거쳐 숭례문 복구 완료를 하늘에 고하는 고천(告天) 공연으로 이어졌다. 복구한 숭례문 문을 열어 성 안팎을 연결하는 개문(開門) 의식도 진행됐다.
숭례문은 중요무형문화재 등 최고의 기술자가 참여해 전통의 기법으로 복구되었으며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이전의 옛 모습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가장 달라진 건 숭례문의 날개 즉 성곽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를 앞두고 철거된 성곽은 1907년 이전 상태로 복원한 결과다.
단청은 기존에 페인트 같은 화학 안료였으나 돌가루로 만드는 전통 안료를 사용했으며 기와도 직접 구운 전통 기와로 교체됐다. 지반 자체는 화재 전에 비해 30에서 50㎝ 가량 낮아졌는데 이는 조선 후기 지반 높이에 맞춘 것이다.
1층 마루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우물마루 형태였으나 긴 판재를 낀 장마루로 바뀌었고 지붕 용마루도 15.7m에서 1m 가량 늘어났다. 추녀마루 위에 놓이는 토우, 즉 잡상은 1층은 8개에서 7개로 줄었으며 2층은 9개 그대로 뒀다.
특히 현판은 한국전쟁 후 현판 복원과정에서 숭자와 례자의 획이 변형된 것을 바로잡았다. 양녕대군이 쓴 원형을 살리기 위해 양녕대군의 사당인 상도동 지덕사 탁본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방재시스템에 신경썼다. 스프링쿨러와 화재감시기, CCTV를 설치하는 등 17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원형에 좀 더 가까워진 숭례문의 복원공사는 약 280억 원이 투입됐으며 6명의 장인을 포함해 총 3만 5천여 명이 고증과 복구에 참여했다. 또한 소나무를 기증하는 등 국내외에서 7억 원이 넘는 국민이 성금이 모였었다.
● 2008년 문화계 최대 사건으로 꼽힌 '숭례문 화재'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해 문화체육관광계 최대 사건은 '숭례문 화재'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관광연구원이 2008년 12월 26-29일 전국 20세 이상 일반국민 508명, 전문가 66명, 문화부 직원 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내놓은 '2008 문화관광 뉴스 및 2009년도 문화관광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3개 집단 모두 '숭례문 화재'를 올해 문화체육관광계에서 일어난 최대 사건이자 뉴스로 꼽았다.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8분쯤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4시간 만에 숭례문 2층 누각이 완전 붕괴했다.
불은 숭례문 누각의 두 지붕 중 위쪽에 있는 지붕 쪽에서 발화했으며 소방 당국은 오후 9시 55분에 화재 비상 2호, 10시 32분에 한단계 낮은 비상 3호를 발령했다. 펌프차와 고가 사다리차 등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128명이 현장에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 당국은 불씨 제거를 위해 숭례문 현판 일부를 잘라냈으며 지붕 내부에 남아있는 불씨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했으나 2월 11일 오전 0시 25분 즈음 2층 누각 전체가 불에 휩싸이며 화재 4시간 만인 오전 0시 58분 즈음 2층 누각이 완전 붕괴되었다. 이어 바로 1층에 불이 붙어 5시간 만에 1층 누각의 90%, 2층 누각의 10%만 남긴채 소실되었다.
당시 숭례문을 관리하고 있던 업체의 직원은 퇴근한 상태였으며 CCTV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에 화재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방화범이 불을 붙인 장면을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목격 후 경찰에 신고했다.
택시 기사 이모씨는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잠시 후 남대문에서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퍼져나왔고 신고를 하고 보니 그 남자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경찰이 그 남자를 찾아가지 않아 내가 직접 차를 몰고 쫓아 갔는데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사흘 후인 2018년 2월 14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숭례문 방화범 채중기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채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45분쯤 숭례문 2층 누각에 침입해 4.5ℓ분량의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숭례문을 전소시킨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이광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채씨는 “불을 지른 것은 잘못이다. 혐의를 다 인정한다”고 방화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심사에 앞서 채씨는 “일산 땅 보상과 관련, 대통령 등에게 수차례 진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창경궁 문정전 방화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강제로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 가장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마음이 아프다. (숭례문이) 그렇게 다 타버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15일 방화범 채씨의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그는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복원하면 되지 않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채씨는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 2018년 2월 만기복역 출소하였다.
이 화재사건의 책임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고개 숙여 사과를 하기도 했다.
● 복구 이후 '숭례문'을 둘러싼 변화들은
2013년 4월 복구 준공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숭례문'에는 몇몇 변화들이 일었다.
・ 숭례문 앞 수식어가 '국보 1호'에서 '국보'로 변경
2021년 11월 2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지정(등록) 번호’를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공식 문서에서는 ‘국보 1호’서울 숭례문, ‘보물 1호’서울 흥인지문과 같은 말 대신 ‘국보 서울 숭례문’, ‘보물 서울 흥인지문’으로 표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 지정 체계는 1962년 공포된 '문화재보호법’에 기초를 두고 운영되어 왔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보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국가무형문화재·국가민속문화재가 있으며 관리를 위해 지정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이는 문화재 지정순서가 아닌 가치 순으로 잘못받아들여져 서열화 논란을 불러왔다.
・ 법원, '숭례문 단청 부실공사' 단청장 등에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
2022년 8월 10일 숭례문의 단청 복구 작업을 맡았던 홍창원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가 정부에 9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는 정부가 홍창원 단청장과 제자 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서 9억 4550만 4000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자에 해당하는 지연손해금을 합하면 홍 단청장 등이 정부에 배상해야할 돈은 약 14억 원대에 이른다. 홍 단청장 측 상소로 향후 2심과 3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앞선 형사재판에서 홍 단청장이 이미 유죄가 확정된 바 있어 이를 뒤집는 결과가 민사재판에서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숭례문 단청 균열 및 박락이 피고들의 재료 혼합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도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결정한 전통 재료를 사용해 단청공사를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학 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원고가 계획했던 전통 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계약에도 위배된다.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전통 재료로 시공한 일부분 단청도 벗겨진 점과 문화재청이 공사 강행을 요구한 사정을 감안해 홍 단청장 등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 화재를 딛고 일어난 '숭례문', 문화재 방재의 날 맞아 밤새 점등
2023년 2월 10일 문화재청이 국보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만든 '문화재 방재의 날'(2월10일)을 맞아 이달 말까지 숭례문 야간 경관조명의 점등 시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방재의 날 및 숭례문 화재 15주년을 맞아 2월 10일 숭례문의 야간 조명을 다음 날 일출 때(7시15분쯤)까지 계속 켜둔다고 밝혔다.
2016년 12월 27일부터 숭례문을 관리해온 덕수궁관리소는 애초 숭례문의 야간 조명을 밤 12시에 껐으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효율화 조치에 따라 2022년 10월 18일부터는 소등 시간을 오후 11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숭례문 화재가 있었던 2월 10일에 숭례문 조명을 환하게 밝혀 국민에게 15년 전 사고를 상기시키고, 화재 위험성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