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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분배 인식 태도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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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분배 인식 태도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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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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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려면 '사찰'로 왜곡될 수 있는 경찰의 정보기능을 분리·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출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경찰의 정보기능이 확장되다 보니 (범죄정보뿐 아니라) 동향정보나 정책정보로 확장됐다"며 "(이는) 사찰정보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보 및 수사 기능을 분리한) 자치경찰제 문제가 수행되지 않고서 수사권이 (곧바로) 경찰로 넘어가면 국가적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정보를 수집해 수사하는 기능을 뺀 채 치안 업무를 전담하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경찰의 권한에 수사권만 일방적으로 얹어주면 경찰 권력이 자칫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 총장은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권력의 거대화에 대해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가진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기 절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검찰에) 맡길 문제가 아니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총장은 또 우선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공수처 도입에 대해 "국회 논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존중하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고등검찰청이 있는 전국 5개 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직폭력과 마약 수사를 법무부 산하 가칭 '마약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부패범죄를 다루는 특수수사와 강력범죄 직접수사의 총량을 줄여, 비대해진 권한을 일부 내려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입장은, 공수처 신설 수용과 특수·강력수사 축소를 통해 현재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과 독점적 영장청구권 등 핵심적 수사 통제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찰 권한의 지나친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불투명하고, 수사 전문성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 되는 데 반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등 권한은 급속히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의 고질적 병폐인 인권침해를 차단하는 장치도 미진하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그러나 경찰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들이 검찰의 경찰 통제권 유지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 수사·행정경찰 분리, 경찰위원회 내실화 등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갖게 되면 자체 법률 전문가를 '영장전담관'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게다가 문 총장이 밝힌 입장은, 지난 2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내용에서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나서기는 고사하고 '기득권' 유지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문 총장은 이날 사개특위에서 "그동안 검찰권한이 비대했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문 총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은 이런 자성의 태도와 거리가 있는 듯하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 총장은 사개특위에서 주목할 만한 견해도 내놨다. 여권이 추진 중인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그런 예이다. 또한, 경찰 정보기능이 너무 커지면 사찰정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사법통제에서 벗어났을 경우의 문제점, 법조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조비리 전담 조직 제안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런 제안들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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