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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소모적 갈등 막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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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소모적 갈등 막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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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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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최저임금은 전문가들이 고용 수준을 비롯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면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공익위원도 정부가 독점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국회나 노·사 양측이 추천권을 나눠 갖게 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 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동자의 생활 보장뿐 아니라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한다. 노동부는 고용 수준 등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게 기업의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에 의해 설정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줄다리기하듯 진행돼온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간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9명씩 27명이 이듬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매년 7월까지 심의·의결해 8월 초 고시하는 체계였다. 개편안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면, 결정위가 그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게 했다. 구간설정위 전문가 위원은 노사단체의 직접 추천을 받거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다. 구간설정위가 주요 쟁점이다. 당장 노동계는 전문가 위원이 최저임금 구간을 제한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 침해이며, 최저임금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반발한다. 객관적·합리적일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구간설정위 위원들이 각자의 추천권자인 노사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기존 최임위의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기존 최임위의 공익위원도 전문가 집단이었지만, 단독 추천권자인 정부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공정성 시비를 겪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보완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현행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한다. 여기에 고용수준과 경제 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어떤 경제지표를 반영할지를 둘러싸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 국회에서 서둘러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이어지자 '2020년 내 1만원 달성' 공약을 지난해 접었다. 정부는 시행착오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은 만큼 이번에야말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제대로 개편될 수 있도록 노사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최임위 구간설정위의 전문가 위원을 노사단체가 추천하게 하고 최임위 결정위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와 노사에 개방한 것도 이런 노력으로 평가한다. 최저임금이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 여건에 맞게 결정되게 하는 것이 결정체계 개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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