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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원칙' '재량' 더 큰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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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원칙' '재량' 더 큰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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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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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원으로 산정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가 소명된다고 보고 12∼13일 2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 후 사흘 만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 경제적 충격 등 신중론도 제기됐으나 특검은 죄질, 유사 사건 전례 등을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수뇌부는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이라고 해서 말처럼 '법과 원칙'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의 최지성·장충기·박상진 등 수뇌부 임원 3명을 불구속 수사하기로 한 것을 봐도 그렇다. 삼성 측이 제기해온 '경영 공백'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검이 이들 임원 3명을 불구속한다고 해서 '경영 공백'이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특검의 '불구속 수사'는 성의 표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의 부재는 그 자체로 모든 중요 의사결정의 중단을 의미한다. 특검도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을, 주기로 약속한 것까지 포함해 총 430억 원으로 봤다.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이 모두 공소사실에 반영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검은 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의 '이익공유 관계'가 상당 부분 입증됐고, 두 사람의 공모 관계에 대한 객관적 물증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금품수수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특검은 430억원 중 어느 정도가 단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 특경가법상 횡렴죄로 의율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사실관계와 적용 혐의가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여튼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18일 오전으로 잡힌 영장실질심사에서 전담 판사는 삼성이 최씨에게 준 돈의 성격을 먼저 들여다볼 것 같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꼭 필요했는지, 또 삼성이 합병 성사를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청탁하기 위해 최 씨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하여튼 법원이 검찰의 혐의사실 소명을 어느 정도 충실한 것으로 보는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법원이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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