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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서 박사의 꽃 예찬] 기품(氣品)있는 봄의 전령사. 매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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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서 박사의 꽃 예찬] 기품(氣品)있는 봄의 전령사. 매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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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3.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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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서 과천시 우리화훼종묘 대표·이학박사

매화(梅花)는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四君子)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 선생도 매화를 소재로 수많은 시조를 남겼다. 평소에 마당에 심은 매화나무를 애지중지 여겨서 이 나무를 두고 매군(梅君), 매형(梅兄), 매선(梅仙)이라고 불렀다.

매화나무는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이다. 매화(梅花)라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이를 매실(梅實)이라고 한다. 흔히 ‘매화’ 또는 ‘매화나무’라고 부르나 국가표준 정식명칭은 ‘매실나무’다. 매실나무는 꽃이 일찍 핀다고 조매(早梅), 추운 겨울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꽃이 핀다고 설중매(雪中梅), 설중군자(雪中君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매실나무는 중국의 쓰촨성(四川省)과 허베이성(河北省)의 산간지가 원산이다. 3,0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한국·일본에 분포돼 있으며, 관상용 또는 과수로 심는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정원수로 전해져 고려 초부터 매실을 약재로 사용했다. 대만은 매화가 국화(國花)다. 대만의 고속도로 노선기호, 호텔의 등급표시, 타이베이(대만) 깃발 등에 매화 모양을 쓴다. 또한 중화항공의 CI도 매화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대 매화는 장성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순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 구례 화엄사 ‘화엄매(華嚴梅)’, 강릉 오죽헌 ‘율곡매(栗谷梅)’이다. 산청군에는 남사예담촌내 ‘원정매(元正梅)’, 산천재내 ‘남명매(南冥梅)’, 단속사지내 ‘정당매(政堂梅)’ 등 3대 고매(古梅)가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 남부지방에서 과수로 많이 재배한다. 특히 경남 양산시·하동군, 전남 순천·광양시가 매화나무로 유명하다.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해마다 3월에 광양매화축제가 개최된다. 광양 매실은 대한민국 지리적 표시제가 등록되어 있다. 매화는 비교적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토양이 적지다.

매화나무의 높이는 5∼10m이다. 나무껍질은 노란빛을 띤 흰색, 초록빛을 띤 흰색, 붉은색 등이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며 길이 4∼10cm이다.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나며 잎자루에 선(腺)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둥근 모양이고 꽃잎은 여러 장이다. 

개화 시기는 남부지방은 2~3월, 중부지방은 3~4월이다. 흰색과 붉은 꽃을 피는 나무가 있는데, 꽃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종이다. 붉은 매화를 ‘홍매화’, 꽃받침이 분홍색인 흰 매화는 ‘백매화’라고 한다. 꽃받침이 녹색인 흰 매화는 ‘청매화’라고 부른다. 벚꽃에는 향기가 거의 없지만 매화는 향기가 있다. 봄철 매화밭은 아주 향기롭다. 매화는 꽃이 가지에서 피며, 벚꽃은 가지에 붙은 꽃자루에서 핀다. 꽃이 피는 시기는 매화가 피었다 지고 나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잎 끝이 갈라진 게 벚꽃이다.

열매는 5월 말에서 6월 중순에 녹색을 띠며 둥근 모양의 지름 2∼3cm 핵과로 맺는다. 덜 익은 녹색 상태의 열매를 따는 것을 ‘청매실’이라 하고, 7월에 노랗게 익은 것을 따는 것이 ‘황매실’이라고 한다. 

매화나무는 꽃을 보는 관상용으로, 매실(열매)은 다양한 식재료와 약용으로 사용된다. 병충해에 강해 석류, 살구, 모과 등과 함께 정원수로 적합하다. 경관용과 과수용으로 집단재배 해 관광산업과 농가소득 향상 등 일석이조(一夕二鳥)의 효과를 거양(擧揚)한다. 매화(꽃)는 차로, 매실은 매실주, 장아찌, 매실청 등 숙성과 요리를 통해 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매실을 절여 만든 우메보시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각기병(脚氣病), 건위, 거담, 구역질, 주독, 해열, 발한, 설사 등에 약제로 쓰인다. 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 중에서 으뜸이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매화는 색상에 따라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홍매화는 기품과 결백,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선물을 한다. 백매화는 순결과 깨끗함을 상징하며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선물로 적합하다. 청매화는 희망과 기대를 의미한다. 

매화는 세찬 겨울의 추위 속에도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아이콘이다. 모진 삶과 역경을 이겨낸 매화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각 지자체마다 매화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앞다퉈내고 있다. 매화꽃 활짝 핀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 선조들이 매화를 보며 매일 되새겼을 지조(志操)와 절개(節槪)의 모습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품(氣品)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요즘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재서 과천시 우리화훼종묘 대표·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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