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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가정의 달' 가족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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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가정의 달' 가족을 생각하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5.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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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5월이다. 사람마다 매월, 계절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5월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달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나라의 정신적인 건강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척도로 사람들은 흔히 가정을 든다. 가정은 한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단위로서 모든 사회 규범들과 인간관계의 모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가정이 많은 나라일수록 건전한 사회 기풍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 우리나라의 가정 질서가 예전에 비해 많이 혼탁해 졌으며, 또 갈수록 황폐해져 가고 있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정신적인 건강이 점차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조짐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가정의 건강이 국가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가장 손쉬운 예로 우리는 부부간의 불화(不和)와 이혼으로 인해 해마다 단친(單親) 가정이나 소년 소녀 가장(家長)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비혼주의와 고령화 추세로 인하여 1인 가구의 수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애정 어린 대화와 신뢰의 분위기가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예사로 폭력을 휘두르는 못된 자녀도 많다.

어디 그뿐인가. 노약(老弱)한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자녀들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의식 구조를 얼마나 흉측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는가를 우리는 우리 시대의 가정들 안에서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이러한 문제는 우리 시대에만 국한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난해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를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들은 무슨 약속을 했기에 잘못된 선택과 고귀하고 소중한 자녀의 목숨까지 빼앗아 버리는 비정한 부모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이 생각난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가난하고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당신의 가정이 가난하고 화목하지 못한 것은 가장의 책임이고 부모의 잘못임을 깨달았어야 하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모든 어른들이 어린이를 사랑하고, 모든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는 부모에 효도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며,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부부는 서로를 존경과 사랑으로, 성년이 된 청년들은 자신의 일을 책임지면서 웃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마음으로 짧은 5월 한 달이라도 소중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는 5월로 우리는 분명 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전에처럼 끼니를 굶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먹는 일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 자신의 생에 차단기를 내리는 사람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마음의 허기를 채우지 못한 결과이리라.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굶주림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삶의 목표로 삼아온 것이 있다면 오직 ‘배고픔의 해결’이었다. 가장은 이를 위해 날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고, 이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만족해 했다. 앞뒤 주위에 시선을 돌리지도 못한 채 앞만 보고 살아온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가족은 소가족으로 형태를 바꿨다. 어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단순화된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 됐다. 상당히 편리한 세상이 됐다지만, 우리의 가슴은 언제나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이제야 우리는 가정이 무너진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을 발견하고 전율한다. 가장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일에 매진하고, 이웃집 경제를 시기한 아내는 알바에 시달리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에 담긴 소젖을 빨며 다른 이의 손길에 의존해 성장한다. 한 가족이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코골고 자는 시간 외에는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유대감보다는 이제는 남같은 사람이 되어 오히려 간섭하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한 푼 덜 벌더라도 이제는 다시 가정을 되살리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일터에서 일을 해도 지켜야 할 가족이 아닌 즐거움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해도 언제나 머릿속에는 가족의 울력 속에서 산다는 의식이 있어야 빗나가는 아이가 없다. 조그마한 골칫거리도 부모와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각자 가족 구성으로 낮에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그 에너지를 저녁에는 한 곳으로 모아 가정을 꾸리는 삶은 우리의 가정을 분명히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를 위한 우리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저녁에는 일찍 들어가서 가족이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가정은 분명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의식은 그리 변했어도 사회 기반이 따라 주지 못한다면 법적 제도라도 마련할 일이다. 다시 ‘가정의 달’이다. 그냥 덤덤히 넘기지 말고 한 가지라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봄이 어떨까. 굳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좋다. 오히려 작은 것이라 해도 꾸준히 한다면 그것이 우리의 가정을 되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 가정을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 놓기 위한 노력이 이 오월에 많이 시도되기를 소망해 본다. ‘가정의 달’, 5월부터···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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