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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진실(眞實)’로 상처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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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진실(眞實)’로 상처받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5.19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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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방

위기에 몰리면 사람들은 그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처음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며 위기는 더욱 가중된다.

속임에 있어서 그 방법이 얕은 수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음을 이르는 말로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당(唐)나라 선종 때 시인 이업(李業)이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이사열전(李斯列傳)’을 읽고 지은 시(詩) ‘독이사전(讀李斯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기 87권에 이사의 전(傳)이 실린 내용이다.

전국시대 초(楚)나라 출신인 이사는 진(秦)의 태자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건국했다. 그가 섬겼던 영정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제(秦始皇帝)가 된다.

시황제가 지방 순행 중 사망하자 이사는 상(喪)을 발표하지 않고, 왕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해 적은 ‘조칙(詔勅)’을 위조해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호해(胡亥)를 황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호해는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趙高)에게 모든 정치를 맡기고 사치(奢侈)와 향락(享樂)에 빠졌다.

이후 이사는 조고와의 권력다툼에서 패한 뒤 조고로부터 작두로 허리를 잘리는 요참형(腰斬刑)에 처해졌고, 삼족까지 멸족(滅族)을 당했다고 한다.

사마천은 열전 말미에 “이사가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아 속여서 스스로 형벌과 화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업은 ‘이사열전’을 읽고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기암상불연(欺暗常不然 : 모르는 것을 속이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데), 기명당자륙(欺明當自戮 : 다 아는 일을 속이려 하면 당연히 자신을 죽이게 된다), 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 : 어렵구나! 한 사람의 손으로 천하의 눈을 가리는 것은)’

요즘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음주운전 의혹을 받고있는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김씨가 뺑소니 사고를 내기 전 음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건 당일 김호중의 음주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를 받고 있다.

접촉 사고 2시간 후 매니저 A씨가 김 씨의 옷을 입고, 자신이 운전했다며 경찰에 자수했지만 사고 차량의 소유자가 김호중이라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그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김호중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구리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가 음주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출석했다.

그가 사고 당시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모습과 귀가 후 50여 분 뒤 집을 나와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낸 현장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음주운전 의혹이 더욱 불거지게 됐다.

김호중을 비롯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유흥주점에는 인사차 들렀고,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김호중의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했다고 밝힌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등 3명이 입건됐다.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김호중의 소변 감정 결과에 대해 국과수가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에 따라 소속사 관계자들의 ‘거짓 진술’을 통한 조직적인 은폐 시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래서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누리꾼들은 김호중이 접촉사고를 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점,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의혹, 경찰 출석 요구에 적극 응하지 않은 점, 사고 이후에도 아무런 언급 없이 콘서트 무대에 선 점 등을 들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6시 경참 창원시 성산구 소재 창원스포츠파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개인 콘서트 ‘트라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 공연에서 김호중은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라고 심정을 전했다고 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 유학자인 공자(孔子)는 “새는 궁하면 아무거나 쪼아먹게 되며,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해치게 되며, 사람은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했다.

또, ‘한 가지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마틴 루터)’,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벌은 그 사람이 진실을 말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탈무드)’, ‘거짓말로 위로받는 것보다 진실(眞實)로 상처받는 것이 낫다(칼레드 호세이니)’는 말이 있다.

김호중을 사랑하는 팬들은 그가 ‘진실’로 상처를 받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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