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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순간의 선택,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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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순간의 선택, 엇갈린 운명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5.26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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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방

한 달 전인 지난 4월 25일 인기 가수 임영웅이 상암 콘서트를 앞두고, 두 번째 티저(teaser) 콘텐츠를 공개했다.

‘티저’는 방송이나 영화, 신문, 잡지의 기사 등에서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면이나 광고 및 제목이다.

임영웅은 당시 상암 콘서트를 한 달 앞두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24 임영웅 콘서트 ‘IM HERO-THE STADIUM(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의 스타디움 버전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TV에서는 임영웅의 과거 영상인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부터 진솔하게 영웅시대와 만나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과거 “400석에서, 4000석에서, 10년 뒤 4만석에서, 정말 언젠가는 영웅시대 여러분들 모두 모시고 콘서트를 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약속했던 음성이 흘러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의 훈훈한 비주얼이 팬심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5월 25~26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임영웅 콘스트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이 개최됐다.

임영웅은 이번 콘서트에서 여전히 큰 사랑을 받는 다양한 곡으로 무대를 꾸미며, 관객들의 감탄 속에 초특급 스케일의 무대와 연출, 흥을 더하는 밴드 세션의 풍성한 사운드, 댄서팀의 파워풀한 안무를 선보였다.

운동장에는 관객이 입장하지 않고, 운동장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은 4면을 두른 돌출무대가 설치돼 경기장의 잔디 훼손은 막으면서도 공연의 질을 높인 연출로, 팬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또, 공연장에는 기념 스탬프 찍기와 스페이스 맨에서 엽서 보내기,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인 히어로 스테이션, 히어로 익스프레스, 히어로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마련,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임영웅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색다른 무대와 화려한 연출, 생생한 밴드 세션의 사운드, 흥을 더하는 댄서팀의 안무 등으로 ‘레전드 무대’를 경신했다.

임영웅은 상암벌을 가득 채운 자신의 팬클럽인 ‘영웅시대’를 향해 “농담처럼 얘기했던 4만석의 공연이 빨리 찾아온 게 신기하다. 내가 임영웅이 맞나 싶다”며 “오늘 제 꿈이 이뤄지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임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공연한 지도 2년 넘는다. 그중 이번 공연을 가장 오래 1년간 준비했다”며 “수많은 스태프들 고생했다. 그만큼 제대로 준비했으니 여러분은 안전하게만 즐겨주길 바란다”며 공연을 이어갔다.

현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뜨거웠다. 상암월드컵경기장 앞은 공연 시작 6시간 전부터 하늘색 공식 굿즈 티셔츠와 모자, 가방, 스카프를 맨 ‘히어로’ 팬들의 물결로 가득 찼다.

지난 보름 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히어로’ 콘서트 하루 전인 지난 24일 결국 구속됐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히어로(임영웅)’와의 엇갈린 운명이다.

영장을 청구한 서중앙지검은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 범인도피 사법 방해행위로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고, 재판부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힌 것이다.

당초 김호중이 유명인으로, 도주 우려가 크지 않고, 사고 자체만으로는 중형 가능성이 낮아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나왔지만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게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앞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반대편 도로에서 마주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그 후 소속사 관계자들과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하며 줄곧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18~19일 창원에서 콘서트를 강행했지만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밤에야 돌연 혐의를 인정했다.

창원 콘서트는 수십억 원대 관객 입장료 매출로, 공연 후 음주운전 인정은 위약금 최소화 전략이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김호중은 창원 콘서트가 끝난 뒤 19일 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께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음주운전을 시인한 뒤 뒤늦은 후회와 반성의 뜻을 전했다.

소속사도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거짓과 회피로 얼룩지며 구속의 결말을 맞게 됐다.

진정한 ‘히어로(Hero)’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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