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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 생산성 증가율 0%대 추락··· 성장 동력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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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 생산성 증가율 0%대 추락··· 성장 동력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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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0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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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혁신의 질적 성장이 둔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출산‧초고령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약화하는 가운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의 ‘혁신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26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혁신과 경제성장,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내고 “연구비 지원 및 산학협력 확대 등 기초연구를 강화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르고, 사회 후생은 1.3% 개선된다”라며 “자금공급 여건 개선, 신생기업 진입 확대 등 ‘혁신기업(미국 내 출원 특허 보유)’을 육성하면 성장률과 사회 후생이 0.1%p, 1.4%씩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라고 발표했다. 과거 2000년대 10년(2001~2010년│6.1%) 대비 2010년대 10년(2011~2020년│0.5%)은 12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이 0%대라는 것은 2010년 이후 기업의 생산성이 거의 제자리걸음이라는 의미다. 이는 미국 내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된 탓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혁신기업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도 8.2%에서 1.3%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양(특허출원 건수)은 늘었지만, 질(특허 피인용 건수 등 혁신의 중요도)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지출 등 혁신의 양적 성장은 늘었지만, 기초연구 지출 비중 축소나 혁신 창업가 육성 여건 부족 등에 기인해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특히 파급력, 범용성, 독창성 등의 질이 낮아졌다. 보고서는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지표가 빠르게 개선됐지만 생산성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1%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도 국가별 비중 7.6%로 세계 4위나 된다. 

하지만 특허의 질적 지표로 활용되는 피인용 건수는 2011~2015년 기준 1.4건에 그치면서 미국 5.0건의 28% 수준에 그쳤다. 네덜란드 3.7건, 스위스 2.8건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한국 기업이 단기 성과를 위한 응용연구에만 집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출원한 특허 건수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95% 내외를 차지한다. 그만큼 신생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하다는 의미다. 혁신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을 줄인 결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다.

보고서는 혁신기업을 규모와 업력에 따라 ▷대기업 ▷고업력 중소기업 ▷저업력 중소기업 등으로 나누고,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배경을 살펴봤는데 저업력(업력이 하위 20%) 중소기업은 혁신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 진입도 감소하면서 생산성 둔화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생 중소기업 가운데 설립 후 8년 이내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비중이 2010년대 들어 급감해 10%도 안 된다. 한국과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창립 연도를 비교해보면, 미국에선 절반인 5개 기업(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이 1990년대 이후 설립됐다. 한국에선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된 제조업 부문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혁신 중소기업을 많이 배출하려면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인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도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16%로 OECD 회원국 중 5위에 달할 정도로 상위권이면서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16%로 OECD 회원국 중 5위지만 벤처캐피탈의 접근성 지표는 24위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벤처캐피탈 주도로 투자 촉진을 위한 마중물 역할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민간 벤처캐피탈의 혁신기술 평가 등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접근성 지표가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기업의 특허출원 건수와 특허 피인용 건수가 각각 0.007%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자금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한결 좋아질 수 있다는 셈이다.

벤처캐피탈의 접근성 지표는 기업들이 혁신적이지만 리스크가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혁신적이지만 위험성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벤처캐피털 투자를 얼마나 쉽게 받을 수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에서 미국은 7점 만점에 5.2점으로 가장 높고 독일 4.8점, 영국4.5점, 스위스 4.4점, 일본 4.3점, 프랑스 4.2점으로 그다음 그룹을 이은 데 반해 한국은 3.4점으로 3.3점에 그친 멕시코와 함께 하위권이다. 보고서는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수 있는 ‘똑똑한 이단아’가 창업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현상을 주목했다. 인지능력이 우수하고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가 미국에선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가 되는 것과 대비된다. 전체 표본의 1.6%를 차지하는 ‘똑똑한 이단아’ 집단의 3%만이 창업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과 같은 교육환경‧사회여건으로 인해 똑똑한 이단아가 혁신 창업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라는 한국교육종단 연구 결과는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앞서 OCED는 “한국에선 명문대와 대기업 정규직 등에만 몰리는 ‘황금 티켓 증후군’이 만연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과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출산율은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한 0.65명으로 떨어졌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의미하는 대체 출산율 2.1명에는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산율은 특성상 빠르게 높이기가 힘든 만큼 생산성을 큰 폭으로 개선해야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가 쪼그라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다. 혁신성장이 이처럼 정체된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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