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春秋時代) 유학자인 공자(孔子)는 그의 나이 55세부터 68세까지 14년간 위(衛), 진(陳), 조(曹), 송(宋), 정(鄭), 채(蔡), 초(楚) 등 7개국을 유랑하며 자신의 도의(道義)와 이상(理想)을 실현하고자 했다.
공자는 제자들과 동행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갖 일을 겪으면서 인격을 완성해가고 도덕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는 진나라 사성정자(司城貞子)의 집에 일 년이 넘게 머무르고 있을 때 매 한 마리가 진나라의 조정에 날아와 죽었다. 매의 몸에는 싸리나무로 대를 만들고, 청석(靑石)을 깎아 촉을 만든 화살이 꽂혀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진나라나 주변국에서 쓰는 화살은 아니었다. 진나라 민공(公)이 공자에게 죽은 매를 보내 이에 대해 물었다.
매에 꽂힌 화살을 유심히 살펴보던 공자는 “이것은 숙신(肅愼 : 옛날 중국 북방에 살던 퉁구스족)이 쓰던 한 자 여덟 치(54.54cm)화살입니다. 옛날 무왕이 상나라를 정벌하고, 오랑캐로부터 조공을 받을 때 숙신에게서 화살을 받아 호공에게 주면서 진나라에 봉했습니다. 옛 문헌을 찾아보면 이런 사실이 있음을 알 것입니다”라고 했다.
민공이 사람을 시켜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했더니 과연 진나라의 왕실 창고에 이것과 똑같은 화살이 있었다.
공자는 이처럼 유랑생활 중 각 나라의 군주나 사대부들이 궁금해한 사항을 ‘참고문헌(參考文獻)’을 곁들여 상세게 설명해줬다.
그가 방문한 나라마다 ‘붉은 새 한 마리가 입에 자줏빛 꽃무늬가 새겨진 황금 죽간을 물고 날아와 왕의 앞에 내려놓은 의미’를 물었고, ‘다리가 하나뿐인 새가 조정에 날아와 날개를 퍼덕이며 뛰어다닌’ 연유를 물었다. 공자는 그때마다 막힘없이 대답했다.
당시 대부분의 군주들은 민심은 외면한 채 권좌를 지키기에 급급했고,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공자는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서슴없이 해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어리석은 위정자들을 꾸짖고,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기나긴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천대받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대우받았던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화술(話術)이었다. 화술은 말을 잘하는 슬기와 능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이 사건은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처럼 받아쓰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면 (언론이)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
이어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며 “이 사건은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법치를 산산조각 내고 언론을 길들이면서 권력을 동원해 감옥행을 피하려는 행태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모습”이라며 “이 대표의 말대로 자신의 범죄 혐의가 ‘정치 검찰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판결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희대의 조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을 싸잡아 조작으로 매도했고,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바판했다.
이어 “언론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보도할 사명이 있다. 국민은 언론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본다”며 “입법·행정·사법부에 이어 제4부라고 하는 이유다.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력을 감시하는 까닭”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결국 이재명 대표의 희대의 망언은 언론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제왕적 권력자라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당시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는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에 진척이 없자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스스로 만들어놓은 법을 밥 먹듯 어겨서는 되겠나. 22대 국부터 법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그이 말이 진실한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 헷갈린다.
“법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법은 ‘밥 먹듯’ 바꿔버릴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기소하자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용’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고 있다.
특별검사를 임명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전반을 재수사하기 위한 ‘대북송금 관련 검찰 조작 특별검사법’, 표적수사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표적수사 금지법’이다. 검찰을 압박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또,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과 ‘상설특검 활성화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포함된다.
“중대한 범죄는 대부분 존귀한 대신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하지만 법은 비천한 사람들만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 법치를 바로 세우려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로부터 법 아래에 내려놓아야 한다. 인정에 휘둘려 적절한 상과 벌을 행하지 않으면 나라와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다”
한비자(韓非子) ‘고분’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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