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벌금형 기록 형사기록 등 안남아 근거 기반 소명 불가능
경기 동두천시 걸산동 주민과 켐프케이시 내 근무 중인 일부 근로자들의 패스 갱신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들의 불안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패스 갱신에 제동이 걸린 것은 최근 미군 측이 개인 ‘범죄수사경력회보서’에 기록된 ‘실효된 범죄’의 소명을 요구하면서부터다. 걸산동 주민과 캠프케이시 내 근로자들은 1~2년 주기로 패스를 갱신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개인 실효범죄 기록은 미군 측에 제공되지 않았으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패스 갱신 시 실효범죄를 소명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 패스 갱신이 시급한 주민과 근로자는 미군 측에 소명자료를 제출하려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들의 실효범죄 기록은 지난 80년대~90년대에 있었던 ‘벌금형(2만 원~)’ 기록들로 재판확정증명원, 형사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근거에 기반한 소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이후 갱신 시 실효범죄를 소명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대상자들 역시 30~40년 전 기록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 역시 워낙 오래된 기록이라 확인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주민과 근로자가 패스를 갱신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되는 피해는 심각하다. 먼저 주민의 경우 우회로(임도)로 통근·통학을 하게 되면 출입문 이용 시에 비해 약 1시간이 더 소요된다. 임도에는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아 장시간 도보로 이동해야 하며, 가로등·보안CCTV 등 통행 안전시설이 전무해 주민 및 차량이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더해 하계 장마, 동계 강설 시에는 사실상 도보 이동이 불가해 직장이나 학교에 오갈 수 없게 된다. 간단한 생필품을 사러 가기도 힘든, 그야말로 ‘육지 속의 섬’ 생활을 감내해야만 한다.
또 근로자가 패스를 갱신하지 못하면 출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인솔자가 동행하면 출근은 가능하나, 매번 출퇴근 시 인솔자의 ‘호의’나 ‘배려’에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용주 측에서도 패스 미보유자의 고용을 유지할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패스 발급이 가능한 근로자로 대체하는 편이 고용주로서는 합리적이다. 근로자가 패스를 갱신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으면 근로자의 가정은 생계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군 측은 개인의 실효범죄 기록이 담긴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받았다. 경찰청은 국정원의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모든 국가중요시설 출입·채용 대상자의 신원조회 시 실효범죄를 포함한 범죄 경력을 회부한다.
취재 결과 미군 측이 실효된 범죄를 이유로 주민과 근로자의 패스 갱신에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음이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합리적 이유 없이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를 근거로 특정인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지난 2022년 차별·침해구제 사건에서 각 국가중요시설장에게 개인의 실효된 전과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걸산동 주민과 캠프케이시 근로자들의 고충을 인지한 동두천시는 사태 해결에 나섰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고, 캠프케이시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나아가 주한미군사령부 측에도 실효범죄 소명 지침 철회, 실효범죄로 인한 불이익 방지대책 마련 등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군 측 관계자는 “실효범죄에 대한 소명 조치로 패스 갱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실효범죄 관련 내용은 담당 부서에서 중간 및 최종 승인권자에게 설명해 대부분 정상적으로 갱신된다. 다만 기존 약 2개월 정도 소요되던 기간이 3~4개월 정도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민 A씨는 “주민들은 단순 통행 외 영내에서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기밀을 취급하거나 기밀 장비를 다룬다면 미군 측의 소명 요구에 당연히 따르겠지만 이번 조치는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조치라 생각한다”며 “주민에게는 거주의 자유와 통행의 자유가 있다. 미군 측이 실효된 범죄기록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이중 처벌이자 주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전국매일신문] 동두천/ 진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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