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의회가 최근 단행한 직원 인사 조치로 군 공직사회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본질’은 의장의 인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다.
최근 노조 게시판에는 ‘의장의 인사권 남용으로 공무원 제도의 근간이 흔들렸다.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면 의회 직원들은 2년마다 정치 싸움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의 핵심은 현·전 의장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전임 의장 당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에는 본지가 앞서 다룬 임기제 공무원 재계약 불가 논란(26일)과 함께 ▲과장급 보직 변경(①집행부 파견 직원 과장 보직 ②과장→수석 ③수석→집행부 파견) ▲팀장급 직원의 보직 미부여 등 5명이 거론된다.
취재 결과 의회사무과장에는 지난 16일 집행부 소속 K씨가 보직됐다. K씨는 본지에 “의장 제의를 받았고 의회에서 할 일이 있나 싶어 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5일 의회사무과장에 보직된 B씨는 이달 16일부 보직을 마친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직사회 내에서는 사실상 ‘좌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B씨는 이에 대해 언급을 아꼈다.
5급 승진 이후 지난 6월 15일 수석전문위원에 보직된 S씨는 이달 16일 평생교육원으로 발령받았다. 공직사회 내에서는 사무관 교육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S씨의 파견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S씨 역시 본인 인사 조치에 대해 특별한 언급(파견 이유, 신청 목적 등)을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공직사회 내에서는 팀장 요원인 C씨의 ‘무보직 장기화’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 의장의 수행비서였던 C씨는 지난 전반기 승진(7급→6급), 팀장으로의 보직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의회 개원 이후 두 달 가까이 무보직 상태로 수석전문위원의 업무를 돕고 있다. 의회사무과는 집행부처럼 인사 적체로 인한 팀장 직위 공석이 없지 않다. 현재 의정팀장이 공석인 의사팀장까지 2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인접 지방의회 관계자·인사 담당자 등은 공통적으로 의회의 인사 조치에 대해 인사권자의 권한은 맞으나 이례적인 사례라며 당사자의 동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자문했다. 특히 사례 중 C씨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사안은 ①정당한 사유 ②차별적 대우 ③조직 내 문화 ④상사(인사권자)의 태도 등 구체적인 사례와 맥락을 고려해야 하지만 ▲특정 공무원에게만 보직을 부여하지 않거나 ▲공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무원에게만 보직이 부여됐다면 불공정한 대우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자체 또는 의회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보직을 부여받을 권리가 있으며 대상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느낀다면 인사혁신처, 행안부 등에 상담 및 신고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상자인 C씨 역시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더 배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마음과 신체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회사무과장은 “내년 1월 1일부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며 C씨는 조직개편 이후 보직 부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퇴직 공무원 A씨는 “의회 인사권 독립은 전문영역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존중하고 그에 맞게 성과를 평가하라는 의미다. 인사권자가 직원의 인격과 권리를 등한시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군의회의 인사 조치를 비판했다.
박영철 부의장은 “이번 인사 조치는 의회는 물론 군의 발전과 군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변화의 한 과정”이라며 “의회가 좀 더 원활하게 기능하고 군민을 위해 한 발 더 뛰려면 조직의 변화는 물론 희생도 필요함을 느꼈기에 의장이 정당한 범위 내 인사권을 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집행부는 1년~1년 6개월까지 보직을 부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리가 있다고 보직을 주는 것은 아니며 조직 개편 인사로 의회가 좀 더 화합하고 후반기 동안 군민께 더욱 신뢰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천군공무원노조는 이번 의회의 인사와 관련해 국민의힘 연천 연락소 항의 방문, 지역 국회의원 면담 신청, 다수의 언론 제보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군의회는 지난 23일 일련의 취재·보도와 관련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쓰지 마라”, “옛날 전국구 건달 생활을 했다. 열심히 할 테니 남자답게 보도를 덮어달라”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이에 취재기자는 해당 발언들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다고 판단, ‘회유’ 및 ‘협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전국매일신문] 연천/ 진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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