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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안성마춤 안성쌀이 여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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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안성마춤 안성쌀이 여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10.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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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좋은 땅이 좋은 쌀을 만든다. 안성 지역은 예부터 비옥한 땅과 풍부한 햇빛, 그리고 적절한 강수량 등 최적의 자연조건으로 대표적인 쌀의 산지로 여겨졌다. 또한 높은 지대에 위치하면서 비교적 홍수 피해가 적은 지역이다. 안성천을 따라 넓게 펼쳐진 평야와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자란 안성의 쌀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여기에 안성 쌀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동력으로는 장시(場市)가 있다. 대동법(大同法) 시범 지역이던 안성에서 쌀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안성의 쌀 문화는 융성해졌다. 대동법은 조선 시대에 공물(貢物)을 쌀로 바치게 한 납세제도이다. 쌀이 발달했던 안성에서 가장 먼저 대동법이 시행됐다. 대동법 시행 이후 안성 지역에선 유기 수공예 거래도 활발히 이뤄졌다. 안성에서 유기를 주문해 만들면 잘 맞는다는데서 ‘안성맞춤’이라는 단어가 유래되면서 유행처럼 쓰이게 되었다.

안성시는 1998년부터 ‘안성마춤’을 농특산물 통합 브랜드로 사용했다. 안성마춤 브랜드 제품으로는 쌀을 포함해 한우, 인삼, 배, 포도 등 5개 품목이 있다. 안성마춤 브랜드가 붙여진 농특산물은 프리미엄 특산품으로 철두철미한 품질관리가 이뤄진다. 본래는 ‘안성맞춤’이 올바른 표기법인데 고유명사이다 보니 상표권 등록이 어려워 ‘안성마춤’으로 썼다.

안성마춤 쌀은 정부로부터 우수농산물인증(GAP)과 농산물 지리적 표시(PGI)인증이 된 상품이다. 지리적 표시는 상품 품질이나 명성이 지리적 특성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 임의로 상표권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권리가 있다. 전국 최초로 생산, 보관, 가공, 판매의 전 과정을 실천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하면서 품질 경영시스템 ISO9001 인증도 받았다.

안성마춤 쌀은 점토 함량 12% 이상, 유기물 함량 2% 이상의 우량한 농지만을 생산단지로 선정하고 미질이 우수한 고시히카리, 추청(아키바레), 맛나미, 참드림벼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안성시는 벼 수확 때 토양 보호를 위해 볏짚 썰어 넣기, 규산질비료 적량시비, 녹비작물인 호밀파종 등을 통해 토양 여건을 개선한다. 여기에 질소질 비료 30%를 감량하는 재배 관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쓰러지지 않는 벼를 생산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질소비료 시용량이 많으면 쌀의 외관 품질과 밥맛이 떨어진다.

안성시는 2023년 7,040ha에서 3만4,948톤의 쌀을 생산했다. 경기도에서는 화성시, 평택시, 이천시 다음으로 쌀 생산이 많은 지역이다. 생산된 벼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물벼 형태로 수매한 후 건조·저장·가공한다. 절미(折米:낟알이 깨져서 토막 난 쌀), 분상질립(粉狀質粒: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색 된 낟알) 등 불완전미를 제거하고 품질이 우수한 쌀만을 유통한다.

안성마춤 쌀은 투명하고 윤기가 나며 탄수화물 함량이 풍부하여 열량이 높다. 같은 쌀이라도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농법 등에 따라 고유한 특성이 있는 쌀이 생산된다. 이러한 안성마춤 쌀은 쌀을 주식으로 삼는 동남아를 비롯해 독일까지 곳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안성시는 2016년 베트남 첫 수출을 시작으로 2017년 싱가폴, 필리핀, 말레이시아, 몽골, 2019년 캄보디아, 독일 등 연간 100톤 이상을 수출하면서 해외 판로개척에도 힘을 쏟는다.

최근 안성시는 쌀이 지닌 글루텐프리(gluten free)성질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쌀 가공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안성 쌀로 만든 ‘곡물 스낵’ 판매에도 나섰다. 양성 농협은 자체 쌀 브랜드 ‘하늘버금쌀’로 만든 쌀과자를 시장에 선보여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안성쌀 특유의 풍미로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 안성쌀을 사용해 빚은 생막걸리도 유통되고 있다.

이 같은 쌀의 변신은 갈수록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봤을 때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밀가루 끊기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쌀가루로 만든 국수나 피자, 빵들이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세계 글루텐프리(밀, 보리 등에 함유된 단백질을 제거한 것)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글루텐프리 시장은 78억6,000만달러(10조6,000억원) 규모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성마춤 쌀이 대한민국 농업에 새로운 안성맞춤 미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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