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회 제 식구 감싸기 그만, 징계 강화·대책 마련 필요” 강조
최근 인천지역 구의회 의원들의 ‘위법 행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징계 수위가 낮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가족 운영 식당에서 기초단체나 의회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도록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지만, 경고에 그치고 있어 주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동구의회는 지난 23일 가족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도록 유도한 A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공개 사과’와 ‘경고 처분’을 의결(본지 온라인판 10월24일자 정치면, 25일자 13면 보도)했다.
이와 관련 공개 사과와 경고는 윤리특위가 의결하는 징계 가운데 제명, 출석정지에 비해 낮은 수준의 처분에 해당한다.
A의원은 지난달 23일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을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를 동구의회와 동구 소속 공무원들에게 보냈다가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실제로 문자 메시지에는 “추석 잘 보냈느냐”는 인사와 함께 “아침 메뉴로 해장국을 만들었으니 많은 이용을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구의회는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A의원의 아내 식당에서 구와 구의회 업무추진비로 1천300여만 원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2022년 5월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지방의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가족과 물품.용역.공사 등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또 지방의원은 공공기관이 가족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시·유도하거나 묵인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이해충돌방지법 유권해석 사례집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식당에서 결제하는 경우도 수의계약에 포함된다.
동구의회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A의원의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A의원은 본회의에서 주민들에게 사과할 계획이다. A의원은 “문자를 보낸 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인지 몰랐다”면서 “주민들에게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동구의회도 지난 11일 가족 식당에서 구의회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사실을 묵인한 B의원과 C의원에 대해 비교적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 처분(본지 온라인판 10월11일자 정치면 보도)을 의결했다.
남동구의회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B의원 가족 식당에서 구의회 업무추진비 1천700여만 원이, C의원 가족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500여만 원이 각각 사용됐다.
지난 6월 시민단체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남동구 의회에 윤리특위 개최를 권고했으며, 구의회는 윤리특위와 본회의를 통해 두 의원의 징계를 확정했다.
B의원과 C의원은 가족 식당에서 구의회 업무추진비가 사용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위 행위를 한 구의원들에 대한 의회의 경징계 처분을 ‘제 식구 감싸기’라고 맹비난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 구의회에서 매년 상.하반기에 나눠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는데 ‘몰랐다’는 답변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질타한 후 “동료 의원이라고 적당히 넘어 갈 게 아니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의회 안팎에서는 “공무원들이 ‘잘 봐달라’는 취지로 알아서 의원과 연관된 식당을 찾는 경우도 많다”며 “귀책 사유 가능성이 있는 구의회와 구 소속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묻는 내부 지침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손범규 국민의힘 시당위원장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반성하라고 하겠다”며 “중앙당에서 이번 달에 기초, 광역의원 연수도 있고, 시당에서도 교육 및 홍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매일신문] 인천/ 정원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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