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슬픔에 공감·응원하기 위한 시민 발걸음 이어져
1일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참사 당일에 멈춰있다.
전남 담양에 함께 모여 살며 형제·친인척 사이가 무척 좋았다는 박모(60)씨는 "(참사 희생자인) 제수씨와 형수님, 조카딸 등 집안 여자 식구들 6명 사이가 무척 좋아 자주 만나고 여행도 같이 다녔는데, 이번 참사로 우리 가족은 쑥대밭이 됐다"며 "우리 시간은 29일 그날 아침 형님과 동생이 아내를 마중 나갔던 무안공항 이곳에 멈춰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여자 식구들끼리 연말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느 때처럼 새해에 가족들끼리 또 뭉칠 계획이었다"며 "이젠 복작복작한 새해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해졌다"고 말끝을 흐렸다.
연초에도 유족들이 모여있는 무안 공항은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을 위해 마련된 쉼터에서는 "엄마 아빠 죽기 전까지 같이 있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제발 꿈이라고 해줘라. 나는 못 받아들인다"고 먼저 간 자식을 그리워하는 울부짖음이 텐트를 뚫고 나왔다.
연말연시를 맞아 친인척들이 무안 공항에 많이 방문했지만,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이들의 새해는 쓸쓸하기만 했다.
한순간에 아내를 잃었다는 A씨에게는 고등학생 아들, 딸만 남게 됐다.
A씨는 "주말이면 같이 골프도 치고 성당도 함께 다닐 정도로 부부 금실이 정말 좋았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때에 상황이 말이 아니다"라며 "애들도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인데, 자녀들이 온다는 것을 극구 말렸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신모(65)씨는 누나와 매형의 사망 소식에 부산에서부터 한달음 달려와 연말연시를 공항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신씨는 "누나랑 매형이 은퇴 후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가다가 사고가 났다"며 "이번 연말연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쓸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카 부부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게 된 유모(62)씨도 "조카사위는 대학병원 전문의, 조카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였는데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던 부부"라며 "가족끼리 우애가 돈독해 연초에 모여서 식구들끼리 밥을 먹기로 했는데 너무 허망하고 가슴 아픈 연초를 보내게 됐다"고 털어놨다.
새해 유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부모님과 함께 목포 여행을 가던 중 공항에 들렀다는 노모(14)군은 "부모님이 목표 내려가는 길에 들리자고 하셨다"라며 "내 또래도 있다고 해서 남 일 같지 않은데 가족분들 새해에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전국매일신문] 무안/ 김진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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