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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하려 휴지에 불붙이려다 실패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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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하려 휴지에 불붙이려다 실패했다면…
  • 의정부/ 강진구기자
  • 승인 2016.11.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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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실행 안되면 방화미수죄 아닌 방화예비죄로 징역 1월~5년"

홧김에서 불을 지르려고 기름 묻힌 휴지에 불을 붙이려다 주위의 제지로 실패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현행 법 등에 따르면 휴지에 불이 붙었을 때와 붙지 않았을 때 큰 차이가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경기도 포천에 사는 A씨(62)는 지난 9월 21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 불을 내려다 실패했다.
그날 손아래 처남이 자신에게 욕을 하는 등 버릇없이 굴었는데도 부인이 처남만 두둔하면서 자신을 무시하자 홧김에 불을 내려했지만 막판 주변의 제지로 무위에 그친 것이다.
A씨는 먼저 자신의 사무실 옆 창고에서 경유 20ℓ가 들어있는 기름통을 들고나와 사무실 출입구에 1ℓ가량을 뿌렸다. 이어 경유를 닦은 휴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당해 점화에는 실패했다.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사무실에 있던 흉기를 들고 부인에게 다가가 나무의자를 내리찍는 등 부인을 위협했다.
결국 A씨는 부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검찰은 A씨에게 현존건조물방화미수와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화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지난 3일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수협박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방화미수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방화예비죄'를 적용했다.
방화범에 대한 규정인 형법 제164조 제1항은 '불은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또는 갱도(坑道)를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처럼 휴지 등 매개물에 점화해 건조물을 불태운 형태의 방화죄는 범인이 매개물에 불을 붙였거나 이로 인해 건조물에 옮아붙는 등 연소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여야 방화를 실행에 옮겼다고 본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경유를 묻힌 휴지에 불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에 방화미수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방화 의도는 있었으나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방화죄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중범죄여서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방화미수죄는 형량이 절반으로 준다. 방화예비죄는 별도 조항이 있어 징역 1월∼5년에 처한다.
A씨는 특수협박죄가 더해져 징역 1월∼10년 6월의 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결정했다. 주변 사람이 말리지 않아 A씨가 휴지에 불을 붙였다면 적어도 방화미수죄가 적용돼 최하 징역 1년 6월이 선고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무실에 불을 놓으려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해) 예비에 그쳤다"며 "범행 경위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나쁘고 죄의 책임도 무겁지만 우발적으로 불을 내려 했고 피해자인 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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