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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집에 갔으면…” 포항 이재민 겨울나기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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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집에 갔으면…” 포항 이재민 겨울나기 막막
  • 포항/박희경기자
  • 승인 2017.11.19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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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생활 장기화속 “잠 제대로 못자”…고령자 등 호흡기 질환
지진 트라우마·강추위 ‘이중고’…행정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

"날은 춥고 집에 돌아갈 기약은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실내체육관. 닷새째 대피생활 중인 김모(82) 할머니는 주섬주섬 챙긴 옷가지, 모포 등을 담은 가방을 들고 잔뜩 움츠린 채 새로운 대피소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6.25 사변 때 피난 간 이후 처음 짐을 꾸려 대피생활을 하고 있다"며 "추운데 짐 싸서 다른 대피소로 가려니 참 서글프다"고 말했다.
강진 발생 닷새째인 이날 흥해읍 실내체육관에서 머물던 이재민들은 아침부터 짐을 꾸리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포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로 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짐을 싸느라 바쁜 이재민들은 닷새째 대피소 생활에 적잖이 지친 모습이었다.
일부 이재민은 아직도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지 눈이 충혈돼 있거나 피곤한 듯 하품을 이어갔다.


이재민 박모(78) 할머니는 "추운데 다른 곳으로 옮기려니까 아무래도 불편하다"며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5일 오후 지진 발생 이후 이곳에 머물던 이재민 800여 명은 인근 대피소 두 곳에 분산 수용됐다. 실내체육관 실내를 청소하고 소독한 뒤 텐트, 칸막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는 작업이 마무리돼 이재민들이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이재민들로선 추운 날씨에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고달프지만, 포항 흥해읍 일대에는 실내체육관만한 공간이 없어 어쩔 수가 없다.


대피소 임시 이사는 건물 붕괴 위험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 상당수가 오랜 기간 체육관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19일 오전까지 학교 건물 107곳, 공공건물 55곳, 영일만항 등 항만시설 22곳, 도로 2곳, 상·하수도 10곳, 기타 83곳 등이 균열하거나 일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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