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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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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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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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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일본 정부가 7일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은 수출에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유지하고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는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수출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제외 기조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어 일본이 대(對)한국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다. 포괄허가취급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규모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바 있으며 이 중에서 아직 개별허가가 나온 곳은 없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데 따라 일단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들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등 외에 현재로선 더 늘어나지 않게 됐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수도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을 괴롭힐 수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의 피해규모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산업부 당국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하긴 힘들다"면서 "실제 시행세칙 운용을 어떻게 하고 어떤 추가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규제에서 그칠 것으로 서둘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시행규칙은 수출 관련 주무부서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하위 법령이다.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면서 분위기를 보다가 외교 안보적 갈등이 자기들이 뜻하는 쪽으로 풀리지 않으면 칼을 다시 뺄 수 있다. 과거사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든, 턱밑으로 추격해오는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을 타격하려는 것이든 일본의 움직임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더는 번지지 않도록 국제 여론을 환기하고 사태의 실질적 타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길 바란다.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기업과 거래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가 백색국가였을 때는 어떤 기업이라도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기업만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본의 소기업으로부터 자재나 물품을 수입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자칫 90일까지 소요되는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당국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분야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는 아직도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 분업구조를 갖고 있다. 핵심 부품이나 소재, 주요 생산시설의 장비를 너무 일본에 의존한다. 물론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효율적인 국제분업구조를 활용하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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