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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민은 솔직한 정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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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민은 솔직한 정치를 원한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2.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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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전 총리 장 크레티앵의 별명은 시골호박이다. 총리가 되어서 기자 회견을 하는 중에 언어장애를 가졌다는 솔직한 그의 고백을 기억한 어느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총리께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런 총리가 언어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총리로서 본인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회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적막에 휩싸였다. 개인적 장애와 아픔이 공공의 화젯거리가 되고, 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주변에 있던 일부의 사람들은 그따위를 질문이라도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고, 질문한 기자를 곁눈질로 돌아보며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총리는 주어진 질문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 서있는 총리보다 앉아있는 기자들이 더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의 눈이 총리를 향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총리가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역대 최고의 명답으로 남았고, 그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아마도 그의 총리 3선의 비결은 그 한마디의 대답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언어장애로 인해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총리의 간단한 대답이 끝나자, 이례적으로 기자 회견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고, 방송을 보고 있던 국민들도 박장대소를 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한쪽 귀는 들리지 않았고, 안면근육 마비증상이 있어서 발음이 어눌하고 얼굴도 불균형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93년 총리가 된 후 3회를 연임한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단점이나 장애를 숨기지 않았다. 선거유세에 나서서 대중연설 중에 “저는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전 늘 마음과 생각을 다 전하지 못할까 하는 염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갈채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장 크레티앵은 총리이면서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서민적인 삶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지금 우리 정치권과 참 비교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를 비롯 여야를 막론하고 바닥을 치고 있다. 정치인들이여! 바닥을 치지 않으면 절대 높이 뛰어오를 수 없다. 높이 뛰어 오르려면 도움닫기를 세게 밟고 올라야 한다. 다치지 않게 살살 치고 올라서는 높이 오를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의 눈은 지금 온통 청와대와 정치권에 쏠려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 29%라는 취임 후 최저치에서 겨우 30%대로 올라섰다. 이는 13월의 세금폭탄, 의료보험 논란, 담배값 인상 등 걷잡을 수 없는 실정탓이다. 제일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시국을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하고 바닥을 친 정국을 뛰어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권위를 생각하지 말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 새로운 국가개조를 해야 한다. 비록 언어장애가 있더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저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 한 캐나다 총리의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가. 밑바닥을 친 정치인들이여, 한 번 생각해보자. 산을 정복하는 완전한 방법은 바닥에서부터 오르는 것밖에 없다. 다시 빈손이 되고 빈 마음이 되어 완전하게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바닥에서부터 오르되 바닥을 세게 치는 것밖에 없다. 바닥에 닫는 것이 두려워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계속 바닥을 굴러다니게 된다. 바닥은 가장 낮은 곳이며, 왕따 당하고, 무시당하고, 욕먹고, 창피당하고, 인정 못 받고, 고생스럽고, 고독하고, 아픈 곳이다. 그런 바닥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의 정치는 그런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참으로 아쉬운 것은 우리 정치인도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일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스스로를 바닥으로 내던져서 빨리 망신을 당하는 것이 낫고,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것이 낫다. 바닥을 치고 살아남은 사람은 물리적으로 바닥에 있을지 모르지만 정서적으로 참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 정치도 치고받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솔직하게 털 것은 털고 앞으로 나가야한다. 특정 사안에 몰입해 물고 뜯는 정치는 국민들을 식상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할 뿐이다. 국민은 솔직한 정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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