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백세 인생 대책 좀 세우라고 전해라
상태바
백세 인생 대책 좀 세우라고 전해라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2.04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과 방송에서 ‘~라고 전해라’ 열풍이 대단하다.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처럼 배꼽잡고 웃으면서도 “맞아 맞아” 하며 무릎을 친 사람들, 많았을 거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놀랍지 않은가? 코앞에 닥친 ‘백세시대’에 딱 맞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수 없으면” 혹은 “우주인이 쳐들어오기 전에는” 백 살까지 산다는 게 우스개였다. 그러나 이미 한국인 남녀 평균 기대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었고 해마다 1~2년씩 늘어간다니 그야말로 백세인생이 남 얘기가 아니다.
연초여서인지, 주위에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 모임마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은퇴 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다. 대부분은 여행이나 봉사·종교·취미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그래야 시간이 잘 갈 거라고.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은퇴 후 집에서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남편을 ‘삼식이’라 부른다. 2006년부터 은퇴자 부부 91쌍을 추적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 1년 뒤 건강이 나빠진 비율은 은퇴자 28.6%, 아내 40.7%였다. 아내의 건강을 해친 주된 원인으로 ‘삼식이 스트레스’가 꼽혔다.
은퇴한 남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내의 스트레스 지수가 비례한다는 얘기가 있다. “노후에 함께할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쌓아놓은 마음이 없는 것이….” 어느 은퇴자 아내의 고백은 경제적 준비와 함께 부부의 심리적 준비가 노후설계에 필수적임을 일깨운다.
은퇴 후 부부는 수면시간 빼고 하루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고, 주로 하는 일은 ‘TV 시청’으로 나타났다. 어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만 60∼74세 은퇴자 600명 대상 대면 설문조사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한데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과 관련해 ‘줄이고 싶다’(34.9%)는 응답이 ‘늘리고 싶다’(5.9%)보다 6배 가까이 많은 점이 흥미롭다. 하기야 남편이 집안일도 돕지 않으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짜증이 치솟을 법도 하다.
‘백세인생’이란 표현대로 은퇴 후 부부가 30년 넘게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쳤다. 은퇴 시점에 맞춰 부부간에도 새로운 룰이 요구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세라 요게브의 책 ‘행복한 은퇴’에 실린 부부생활 10계명 중 ‘상대의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허락하라’는 항목이 눈길을 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서로 사생활을 존중하고 자유를 허하는, ‘따로 또 같이’의 지혜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 삶을 천국 혹은 지옥으로 만드는 것, 부부의 선택에 달렸다.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인기다. 고령화 시대 천수를 누리고 싶은 마음을 염라대왕에게 전하는 노랫말이 특이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 가락에 ‘~전해라’라는 가사가 반복돼 단순하고 부르기 싶다. 대북 확성기 노래로 선정된 데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 로고송으로 사용하려다 5억원이라는 독점 사용료 때문에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 노래는 모든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노래의 후렴구인 ‘~전해라’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짤방(글에 첨부된 사진)’으로 퍼지면서 젊은층의 이례적인 선호를 이끌어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더불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진 중장년·노년층에게는 나이대별로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각기 다른 이유를 위트 있는 노랫말로 담아낸 것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의학기술은 유전체 맞춤치료·이종장기이식 등 획기적인 치료법을 쏟아내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난공불락이었던 불치병이 약만으로도 낫는 등 의학 발전은 혁신적인 수명 연장을 구현해냈다. 지난 1970년 한국인 남성의 평균수명은 58.7세, 여성의 평균수명은 65.6세였다. 2013년에는 한국인 남성 수명이 78.5세, 여성 수명이 85.1세로 늘어났다. 지난 43년간 기대수명은 61.9세에서 2013년 81.9세로 지난 43년간 약 20세 늘어났다. 바야흐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사느냐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50%이고 수입 측면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남성의 평균 은퇴 연령은 무려 72.9세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결국 한국 노인들은 그 누구보다 오래 일을 하면서도 빈곤하게 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년째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인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해 생계를 위해 70세 넘게 일한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열악한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노년층의 세대 간 경쟁도 벌어진다.
정부는 2020년 건강수명을 75세로 높이고, 2030년까지 노인 빈곤율을 3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초연금의 누수 방지·제도 보완 △중년층 퇴직자 기술 재교육 △고령자 일자리 창출·사회 참여 확대 △노인 건강관리·의료시스템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히트곡 ‘백세인생’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노인 문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대책 좀 세우라고 전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