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기 고분서 유물 1만여점 출토
고분전시관 다양한 유물·영상 선사
재개관 함안박물관 1전시관도 볼거리
경남 함안박물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말이산 4호분이 있는 야트막한 구릉에 다다른다. 산으로 엮은 둥지 안으로 들어온 듯 아늑한 느낌을 주는 말이산고분군은 웅장하면서도 주변을 압도하지 않는 조화로움이 특색이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말이산고분군
말이산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최종 결정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있다. 말이산의 ‘말이’는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뜻으로 해발 40~70m의 나지막한 구릉지에서 이어지는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은 1세기부터 6세기까지 조성된 아라가야의 대표 고분군으로 가야시기 단일 고분유적으로는 최대 규모다. 1500년 전 소멸된 고대 가야 문명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물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독보적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고분군을 보면 함안이 ‘역사문화관광도시’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하고 진귀한 풍경이다.
●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덮개석
말이산고분군에서는 현재까지 약 200여 기의 고분에서 1만여 점 이상의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지난 2018년 구릉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13호분에서는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석이 발견됐다. 고구려가 아닌 지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별자리로 5세기 후반에 아라가야가 최전성기를 누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0개 이상의 홈이 새겨진 덮개돌은 머리를 북쪽에 둔 무덤의 주인공이 남쪽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에 남두육성(南斗六星) 별자리가 그려졌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북두칠성은 죽음을 남두육성은 삶을 주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 1500년 전으로 더 가까이, 말이산고분전시관
아라가야 시대로 안내할 근사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곳이 바로 고분전시관이다. 먼저 지난 11월 발굴된 아라가야의 국제성을 나타내는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에는 1~6세기까지 널무덤,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등 시대별 무덤형태가 상세하게 설명돼 있으며, 돌덧널무덤인 말이산 4호분 내부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공간도 눈에 띈다. 아라가야 유물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미디어아트에 접목한 영상이 펼쳐지는데 여러 번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함안박물관 제1전시관
함안박물관의 큰 창으로는 말이산고분군이 가득 들어온다. 함안박물관 제1전시관은 리모델링을 끝내고 지난 1일 재개관했다. 이곳에는 말이산 45호분에서 발굴된 배모양 토기, 사슴모양뿔잔 토기, 집모양 토기 등 아라가야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토기도 전시돼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슴모양뿔잔 토기에서 아라가야 사람들의 뛰어난 토기제작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3호분에서 발견된 실제 별자리 덮개석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밖에 새모양장식 미늘쇠, 마갑총 출토 불꽃무늬 토기 등 각종 토기류도 전시돼 있다. 제1전시관 옆에는 전시·교육·체험이 어우러진 제2전시관 공사가 진행 중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 함안의 빛나는 2022년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되는 7월경에는 아라가야문화제가 함안박물관, 말이산고분군, 아라길에서 단독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시기는 13호분에서 발굴된 남두육성 별자리가 나타나는 계절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밤에는 말이산고분군 일대에 조명을 설치해 밤의 고분군을 거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근 노선을 재정비한 아라가야 역사순례길(총 7구간, 17.6km)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높은 건물이 없고 자연이 어우러진 역사순례길을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전국매일신문] 함안/ 김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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