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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양두구육(羊頭狗肉) 새 해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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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양두구육(羊頭狗肉) 새 해석법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10.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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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이준석은 왜 개가 양보다 못하다고 할까?  

희생,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제) 목숨 재산 명예 따위를 바치거나 빼앗긴다는 뜻,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한자로 犧牲이다. 그 글자에는 소(牛 우)와 양(羊)이 들었다. 어떤 인연일까? 한자의 새벽 시기에도 제사에는 제물(祭物)로 상서(祥瑞)로운 동물 소나 양을 썼다. 상서의 祥자는 제단(示 시)에 羊을 올린 그림이다. 힌두교(인도)에서 소를 신성(神聖)하게 여기는 것도 같다.

정당인 이준석 씨 발언 때문에 요즘 익숙해진 말 양두구육(羊頭狗肉)의 羊이 소와 함께 신성한, 좋은 것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 머리(頭)는 옛적 제사 때 신(神)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 역할이었으리라. 

바다 본 적이 없는 동아시아 내륙 옛 사람들이 큰 바다를 이르는 말로 지은 양(洋), 물 수(氵, 水와 동자)와 羊을 합친 글자다. 

대양의 파도가 들판 뒤덮은 양떼 움직이는 모습 같았을까. 그런 뜻으로 큰 바다 양(洋)자를 해석한다. 바다를 동경(憧憬)하는 마음이기도 하겠다. 

羊과 삼지창 모양의 무기 그림인 나 아(我)자를 합친 것은 옳다는 뜻 정의(正義)의 義다. 그 속뜻을 상상해보자. 성씨인 강(姜)자는 유서 깊은 글자인 羊과 女(여성)의 합체다.

한국에서 양은 익숙한 동물이 아니다. ‘양고기’ 하면 (안 먹어본 이들도) 누린내를 떠올리거나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허나 원래 맛있는 고기이니 차츰 그 인식 나아질 것으로 본다.

양의 머리를 걸고 개(狗)의 고기(肉)를 판다는 것이 양두구육의 (표면적) 뜻이다. 속뜻은, 간판은 그럴싸한 (맛있는, 비싼) 걸 걸고, 형편없는 (맛없는, 헐값의) 걸 판다는 것이다. 사기(詐欺) 즉 속임수 아닌가. 그러나 옛 얘기다.

그 기준(의 시점)을 현재로 바꾸면 양두구육의 뜻이 헝클어진다. 문자공부에 통달한 (이준석 씨 같은) 이들은 그런 오해나 혼동을 겪지 않겠지만, ‘지금 사람들’ 다수는 고개를 갸웃하기 마련이다. 사전을 보고도 이해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개(狗 구)에 관해선 독자들의 마음이 (세대별로) 복잡하겠다. 견(犬)이라는 이름도 있다. 애완견 반려견 등의 犬이다. 구(狗)자의 犭(견)은 犬과 같은 글자다. 犬은 큰 대(大)자 위에 점을 찍은 형태지만 갑골문 등 옛글자(어원)는 개의 그림이다. ‘크다’(大)는 뜻과는 상관없다.

애완(愛玩)을 넘어 반려(伴侶 짝)의 식구로, ‘사람 위에 개 있고...’라는 요즘 유행 말(세태)의 주인공이 된 개가 ‘하찮은’ 양과 비교가 되는 것도 모자라 양에게 그 평판이 깔리다니 말이 되는가? 이런 생각이리라. 실제로 들은 얘기다.

개를 이렇게들 모시는 게 말이 되느냐, ‘안 모시고 사는 이들의’ 푸념에 대한 답은 누가 낼까? 얼핏 보아도 지금 (여러 상황의) 적절한 정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이나 개나, 소나 말처럼, 인간의 삶과 관계가 깊다.  

언어의 역사성(시대성)과 공간성(국제성)에 대한 이해가 정치인 등 기성세대들에게 더 필요할 듯하다. 기분 좀 상하면 적반하장(賊反荷杖) 타령, 뜻도 모르며 금도(襟度) 타령 등 듣는 이 마음 한심하게 하는 말들이 그들에게서 너무 많이 나온다. 문자, 안 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사족(蛇足), ‘스스로 그렇다.’는 자연(自然)을 구성하는 然자의 어원이 고기(⺼, 肉의 동자) 개(犬) 불((灬, 火의 동자) 등 세 글자의 합체임을 명상해볼 것. 사족은 ‘뱀의 다리’다. 말은 시(詩)와 같은 은유의 세계다. 인문학의 첫 계단이며 본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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