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는 오로지 뽕잎만 먹고도 불과 2주일 만에 몸무게를 1000배나 늘려 아름다운 비단을 토해낸다. 누에고치 1개의 실 길이가 무려 1000m~1500m가량 된다. 이는 뽕잎에 신비할 정도로 많은 양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뽕잎 얘기를 해보자.
뽕나무는 쐐기풀목 뽕나무과에 속한 낙엽교목이다. 원산지는 중국 및 아시아 온대, 아열대 지방과 북아메리카 온대 지방이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고 세계에는 3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양잠이 시작된 것은 중국의 ‘삼국지 동이전(三國志 東夷傳)’에 기록돼있는 것으로 보아 삼한시대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충남 서산, 경북 예천․영주․상주, 경남 산청, 전북 남원․김제․부안 등 일부 지역에서 재배된다.
뽕나무는 예부터 신이 내린 나무라는 뜻으로 신목(神木)이라 했다. 다양한 용도와 뛰어난 기능성 때문이다. 뿌리부터 가지, 열매, 잎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유용한 작물이다. 가지는 약재로 쓰이며, 상황버섯을 재배한다. 오래된 굵은 줄기는 목재로 사용된다. 뿌리껍질은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고, 화장품 재료로도 이용된다. 열매인 오디는 생과로 먹지만 예전부터 술을 많이 담가 먹었다. 근래에는 오디를 잼과 오디청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뽕잎은 단백질함량이 많고, 50여종의 유기성분이 풍부해 모세혈관 강화와 혈전을 녹여주는 효능으로 중풍 예방에 좋다. 또 고혈압․항균․소염․당뇨․기침․노화방지 등에 도움을 준다. 필수 아미노산뿐만 아니라 미네랄과 섬유소 함량이 현저히 많아 몸속에 있는 독성 물질의 배설을 도와주고,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때문에 뽕잎은 누에의 사료와 약재, 뽕잎나물, 된장박이장아찌, 양념장아찌, 뽕잎전, 뽕잎밥, 뽕잎칼국수, 뽕잎차 등 다양한 식품원료로 이용된다. 뽕잎은 봄누에를 치기 전인 5월 중순과 가을누에를 치기 전인 8월 초순에 따는 것이 가장 좋다. 꼭대기로부터 10장 이내의 뽕잎이 연해서 먹기 편하다. 뽕잎은 절대로 농약을 살포하지 않아 안전하다.
생 뽕잎나물 무침은 초여름에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요리에 앞서 생 뽕잎은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초록 잎만을 소금을 넣은 물에 담가 3분 정도 중불에서 데쳐준다. 데친 잎은 차가운 물에 넣어 2~3번 씻어준 후 물기를 제거하고 집간장만 넣고 조물조물 주물러 준비해둔다.
그리고 예열된 프라이팬에 들기름, 다진 마늘, 썰은 양파를 넣고 양파의 색깔이 투명해질 때까지 중불에서 볶아준다. 여기에 데친 뽕잎을 넣고 1분 30초 정도만 더 볶아준다. 뽕잎이 어느 정도 볶아졌으면 깨소금과 대파를 넣고 불을 꺼준 다음 손으로 양념이 잘 배이도록 조물조물 무쳐주면 맛있는 뽕잎나물 무침이 된다. 식성에 따라 된장 또는 고추장을 넣고 무쳐먹기도 한다.
요즘은 뽕잎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뽕잎을 동결건조하거나 자연건조 해 가루로 만들어 여러 요리 재료로 많이 활용된다. 뽕잎가루를 각종요리에 조미료대신 사용하거나 제과 제빵을 만들 때 사용한다. 고기를 구울 때 뽕잎가루를 향신료로 사용하고, 요거트에 뽕잎가루를 섞어 먹기도 한다. 피부건강에도 효능이 좋아 뽕잎가루를 꿀과 섞어 마스크 팩으로도 사용된다.
겨울철에 나물이나 차로 먹기 위해서는 뽕잎은 깨끗이 씻어 끊는 물에 데치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잘 말려 비닐 팩에 보관해 활용하면 된다. 밀봉해 보관하되 엽록소의 변질과 습기가 차지 않도록 주의한다. 삶아서 보관할 경우는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말할 때 꼭 등장하는 동네가 있는데 바로 서울 잠실이다. 누에를 치는 방이란 뜻의 이름에서도 느끼겠지만 조선 초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지금의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뽕나무를 심고 잠실을 두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뽕나무 곁에 있으면 부자가 되는 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 흔하던 고향 시골에 흔하던 뽕나무도 양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뽕나무 잎과 열매는 아직도 귀하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