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 제3장에 ‘필아정명호(必也正名乎)’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 공자(公子)의 제자이자 정치가인 자로가 위나라 임금의 초청으로 가는 길에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 정사를 맡긴다면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겠다”고 답하자 자로는 “현실과 먼 것이 아닙니까. 어째서 명분부터 바로잡겠다고 하시는지요?”
이에 공자는 “자로야 너는 거칠구나.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무는 법이다.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곧 말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면 곧 일이 이뤄지지 않으며,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흥하지 못하고, 예악이 흥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발을 둘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공자는 “그러므로 군자가 이름(名之)을 붙일 때는 반드시 말로써 전달되어야 하고, 말했다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군자는 자신의 말에 조금이라도 진실한 바가 없어선 안된다(君子名之 必可言也 言之 必可行也”고 했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명분을 세웠으면 그것은 반드시 남에게 말 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을 하였으면 그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어야 군자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소환 조사를 두고 양측 간 ‘줄다리기’가 한층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특정 날짜에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대표는 ‘출석하겠다’면서도 무기한 단식 속에서도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각종 조건을 내걸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 1일 최초 지난달 30일 조사 일정을 정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의 ‘불가’ 입장에 따라 다시 출석 요구한 이달 4일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뜬금없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무기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마지막 검찰소환 조사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여부 등 사법리스크를 앞두고 갑작스레 ‘단식 호소인’으로 돌변했다”며 “이 대표의 단식은 정치적 투쟁을 위한 단식이 아닌, 자신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성남시절 재직 시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투쟁을 ‘땡깡’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대표가 급하긴 했는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진정한 ‘땡깡(생떼)’ 단식에 돌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법적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대표가 정쟁화라도 시켜 볼 요량으로 개딸들을 결집하기 위한 ‘내수용 단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2일 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도심 집회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방탄용 단식 투쟁에 나서며, 사법리스크에 발버둥 치고, 민주당은 국회를 떠나 길러리로 나서고 있다”며 “지금 장외집회는 민주당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한 ‘민주당을 향한 이 대표의 가스라이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총선 공천용 ‘이재명 헌정 장외집회’를 당장 멈추고, 부정부패 몸통인 이 대표와 손절해 정치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불안과 맞바꾼 방탄 장외집회로는 결코 뜻을 이루지 못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라며, 이 대표 본인의 약속대로 검찰 소환조사에 당당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에 앞서 국회에서 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오늘은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첫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오직 자신만을 지키기 위한 제1야당 대표의 뜬금포 단식 선언”이라며 “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인가.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등 약 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가 열렸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진실 없는 사건 수사, 진상규명 촉구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교사들을 보호하라”고 외쳤다.
특히, 전날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모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들에게 현명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이 대표의 단식 투쟁 현장에는 ‘이념보다 민생!, 갈등보다 통합!, 사익보다 국익!’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자로편 제3장에서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일깨워 준 정명(正名)은 ‘명지(名之)’와 ‘언지(言之)’가 하나임을 밝혀준 것이라고 한다.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명분(名分)’은 각각의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道理)다.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다. 명분 없고 뜬금없는 무기한 단식 투쟁은 ‘민생’과 ‘통합’, ‘국익’을 얻기 힘들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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