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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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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종소리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1.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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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종소리
              
-강동수作

아파야 멀리 간다는 종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저녁
산은 그림자를 지우고
몸을 숨겼다
팽팽한 활시위를 당기듯
그네를 타는 박달나무 당목
한번 떠나간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뒤를 쫓아가는 소리는 연어 떼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멀리 떠나는 소리에는
부드러운 눈길이 있어
잠들지 못한 꽃들에게
두 손 모아 포근히 잠들게 하고
풀벌레 제집으로 돌아가
몸을 뉘우게 하는 가느다란 울림
물고기들 잠시 지느러미 접고
바위틈에서 쉼을 얻는다
종소리 울리는 산에도
어둠이 길을 지우며 앞서간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종소리는 시작이며 끝이다.
사람이 시작과 끝을 구별한 능력을 갖추게 됐을 때부터 소리를 구분하는 방법을 익혔고 큰 소리를 내기 위하여 통에 가죽을 붙여 북을 만들고 철기를 이용한 종을 만들었다.

가장 멀리 퍼져나가게 하여 울림통을 키워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는 아쉬움과 슬픔의 표현이 섞이고 위험에 대비한 신호, 또는 기쁨의 전달을 위한 환희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였다.

종으로서는 아픔의 매를 맞아야 소리가 크게 울리고 짐승의 희생이 따라야 북의 울림이 크다.
그런 이유로 사람은 그 소리에 큰 감명을 받게 되며 가슴을 활짝 열어 보인다.
그러나 땅거미 깔리는 저녁이나 은근한 안개가 깔린 새벽에 울려오는 소리에는 잔잔하게 가라앉는 감회에 젖는다.

강동수 시인은 저녁나절 산야를 울리는 종소리에 젖어 자연의 오묘함을 그리고 아련한 추억에 끌려 종소리를 따라간다.

지워지는 산 그림자에 묻혀 팽팽해지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여 종을 치는 당산목을 바라보며 떠나간 사람과 다시 만난 인연의 줄을 포근히 감싸 안아 밤을 맞이한다.
풀벌레 소리에 몸을 뉘는 자연의 경관에 상상으로 들려오는 물고기의 헤엄치는 소리까지 깊이 잡아내어 종소리에 물들어가는 저녁풍경의 긴장감을 그려낸 것이다.

시는 체험으로 쓰는 삶의 거울이다.
삶의 길을 걸어오며 품었던 고운 감정을 고스란히 그려낸 심성이 독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게 하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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