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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영건설 發 부동산 PF 위기, 발빠른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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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영건설 發 부동산 PF 위기, 발빠른 대응 나서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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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우리 경제에 부동산 발 금융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라는 뇌관이 자리 잡고 있다.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유동성 악화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2월 28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8조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만기도래한 서울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 관련 48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을 갚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알짜 계열사 매각, 지주사 차입 등을 통해 긴급 자금을 마련했는데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태영건설은 올해 초에 모기업인 태영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대출받는 등 자금난을 겪어왔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 4,1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 2,000억 원에 이른다. 9월 말 자기자본 8,400억 원의 3.8배에 이르는 규모다. 순차입금만 1조 9,300억 원에 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이 478.7%에 달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갚아야 할 금액만도 3,956억 원에 이른다. 이어 내년까지 만기가 되는 PF 대출 보증은 3조 6,000억 원이 넘는다.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갚지 못하면 태영건설이 떠안아야 할 빚이다. 

그러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은 사태의 끝이 아니다. 건설 경기 호전을 막연히 기대하고 만기 연장에 치중해온 부동산 피에프 대출 부실이 더는 덮어둘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부실 위험에 놓인 건설사가 태영건설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융 시스템까지 위기에 빠지기 전에 부실 건설사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대출받는 것을 뜻한다. 금리가 낮고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시공과 분양이 원활해 문제가 없었지만, 고금리와 경기 악화로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경색과 건설사들의 부실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됐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0년 말 92조 5,000억 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 9,000억 원, 2022년 말 130조 3,000억 원, 올해 9월 말 134조 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PF 연체율도 2020년 말 0.55%에서 2021년 0.37%로 낮아지다가 2022년 1.19%, 올해 6월 말과 9월 말 각각 2.17%, 2.4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부실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PF 사업 추진이 불발되면 건설사들의 채무(우발채무)가 된다는 점이다.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시행사의 PF에 대해서는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연대 보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주요 16개 건설사의 PF 보증액은 28조 3,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도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따른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공사로 행정처분을 받은 여파로 GS건설 등도 특별히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동산R114는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만기도래 시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라면서 실물 침체 및 구매력 약화, 매수 심리 약화 등의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 수준의 안일한 대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대책의 강도는 더 높여야만 한다. 부실의 싹을 미리 잘라야만 전체가 무너지는 최악을 면할 수 있다. 언제까지나 연장으로 연명하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일단 살리고 보자”라는 임시변통의 ‘퍼주기식 해법’은 시스템 위기만 재촉할 뿐이다. 오히려 부실을 키워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파괴력만 더 강화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지원하고, 한계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만 한다. 신속한 옥석 가리기로 줄도산을 막아야만 한다.

당국은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고,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금융과 실물 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태영건설은 전국 22곳 주택사업장에서 1만 9,869가구를 분양했다고 한다. 태영건설이 회생의 기적이 있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더라도 시공사를 교체하고 공사를 바로 재개해 분양 계약자들이 입주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조처해야 한다. 당연히 하도급을 체결한 500여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도 놓쳐선 안 된다. 대부분의 업체 가 대금지급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일시적으로 돈줄이 막혀 억울하게 흑자 도산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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