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30년 이상 '21.2%'・수도권에 47% 몰려
정부가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국에서는 21.2%가, 서울에서는 27.5%가 준공 30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는 노원·도봉구 아파트의 60% 가량이 해당한다.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카드로 내놓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14일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1월 현재 준공된 지 30년을 넘어선 단지의 아파트는 262만 가구로 전체의 21.2%를 차지한다.
준공 후 30년을 넘긴 단지는 서울(50만3,000가구),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 수도권에 47%가 몰려있다.
서울은 아파트 182만7,000가구 27.5%가 준공 30년이 지났다.
노원구(59%·9만6,000가구), 도봉구는 57%·3만6,000가구)에서 30년 도과 비중이 컸고, 강남구(39%·5만5,000가구)와 양천구(37%·3만4,000가구)가 뒤를 이었다.
경기에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1기 신도시 외에는 광명(41%·3만2,000가구), 안산(34%·4만1,000가구), 수원(4만1,000가구·13.6%), 평택(2만1,000가구·12.9%)에 30년을 넘긴 아파트가 많다.
준공된 지 26∼30년인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199만가구(16%)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면 앞으로 5년 내 전국 아파트의 37%에 해당하는 460만 가구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해선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야가 재건축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제도 개선을 하자는 데 합의가 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국회 통과를 낙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책에 대해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명백히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야당과 아무런 소통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논평했다.
국토부는 내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총선 이후 5월 30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정부가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하는 것인데, 총선 이후 지금처럼 '여소야대'가 유지된다면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여당이 승리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2월 법안 제출'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기에 '총선용'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3일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국매일신문] 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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