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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 우롱한 티몬·위메프, 경영진 책임 묻고 ‘그림자 금융’ 규제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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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 우롱한 티몬·위메프, 경영진 책임 묻고 ‘그림자 금융’ 규제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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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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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리스크(Risk │ 위험)가 급격히 부각(浮刻)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여 중개하는 과정에서 제3자인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판매 대금을 쌈짓돈처럼 자기 마음대로 관리하면서다. ‘그림자 금융’은 전통적인 은행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금융 활동을 일컫는다. 사실상 은행시스템 밖이다 보니 신용 중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와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금융기관처럼 돈을 차입하면서도 규제는 받지 않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시한폭탄이 돼 전(全)업권으로 위험을 급격히 전이(轉移)시킨다.

국내 ‘그림자 금융’은 e커머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상품, ‘빅테크(Big tech)’ 등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달로 ‘그림자 금융’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는 만큼 규제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티메프 등 대다수 e커머스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동시에 금융기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판매 대금 정산을 최대 70일가량 미루며 자금을 유용한 대목은 비인가 금융투자사를 방불케 한다. 문제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판매 대금 정산 기간이나 관리 방법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또한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원인은 긴 정산 주기와 허술한 판매 대금 관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정산하고 위메프는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7일에 100% 정산을 해왔다. 사실상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늦어지면 정산까지 두 달 넘게 걸리도록 티몬과 위메프의 마음대로 자의적(恣意的) 운용을 해온 셈이다. 그 돈을 은행에 맡겨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은행과 달리 영업행위 규제를 받지 않아 그림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연히 판매수수료도 받겠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은 이자 장사로 보인다. 판매 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겨 구매 확정 시 곧바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Escrow │ 제3자 예탁) 정산 방식(결제대금 예치제)’을 진작 도입되지 않은 것도 이런 돈벌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업계 로비 때문이지 않았겠나 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문제는 국내 ‘그림자 금융’이 전자상거래 업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티몬·위메프에서 할인 판매됐다가 최근 결제가 막혀 휴지조각이 된 해피머니와 같은 현금성 상품권 발행 회사도 자본금이나 발행 한도 등을 규정한 법적 규제가 없다. 지급보증보험 가입도 하지 않은 채, 자본잠식 회사가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네이버·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국내 빅테크도 내부통제 준수 의무나 자본 건전성 강화 규제, 공시 의무 등에서 모두 제외되어 있다.

e커머스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여신전문금융법」 등으로 제각각인데다 관할 부처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는 사태가 터지고 난 다음에야 “어느 한 부처나 기관이 전담해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실토했다. e커머스 시장은 2013년 38조 원에서 지난해 227조 원으로 10년 새 5.97배 넘게 급성장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각) 발표한 서한에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중개(NBFI) 부문의 근본적인 취약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지속할 것을 요구했다. 클라스 크노트(Klaas Knot) FSB 의장은 지정학적 긴장, 부채 수준 상승, 자산 가격 상승이 잠재적 금융 위기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월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장에서 반칙하는 행위’를 강력히 분리하고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집단적 대규모 외상거래도 금융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산 지연으로 시작된 ‘티메프 사태’ 흐름이 금융사 ‘뱅크런(Bank run │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와 비슷한 이유는 티메프 영업 행태의 본질이 유통업보다는 금융업 같기 때문이다. 티메프는 이용자가 869만 명에 달하고 월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지불한 돈을 티몬은 40일, 위메프는 두 달 내에 6만 명00
이 넘는 판매자에게 정산해 왔다. 연간 1,000억 원대 적자 기업 큐텐이 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AK몰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는지를 파악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싸고 좋은 상품 생산자를 찾아 소비자에게 연결하려는 e커머스 본연의 노력보다는 투자 자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e커머스 업체 이용자 풀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컸을지 의문이 간다. 그러다 결국 정산할 돈이 부족해지자, 상품권 할인 판매까지 손을 댔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혹이 가능해 보인다.

 결국은 티메프가 지난 6~7월 대대적인 할인 판매 행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기 직전엔 하루 카드 매출액 897억 원으로 평상시의 5배를 넘었다고 한다. 티메프 대주주인 큐텐 그룹 구영배 대표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프로모션 때문에 (티메프가) 자금난에 봉착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유동성 위기가 곪아 터지기 전 물품·서비스 대금을 빼돌릴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티메프 내부에서 횡령이 발생한 정황도 엿보인다. 구영배 대표는 티메프 자금 일부를 다른 업체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쓴 적이 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빌려 쓰고 다시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번 사태는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지난 2월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 인수를 발표한 뒤 자금난을 겪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큐텐’은 지난 2월 1억 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위시’를 인수했는데 이때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게 큐텐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큐텐’의 무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 정산 대금이 사실상 돌려막기용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렇듯 적지 않다.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쇼핑, 위메프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온 큐텐은 올 2월엔 무리하게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까지 인수했다가 급기야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결국 상장이 지연되면서 후유증이 불거졌다는 게 중론이다. 큐텐이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지난 1월과 4월 티몬에서 250억 원을 빌렸는데, 티몬의 승인은 2주 뒤쯤 사후에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경영진 등 대주주의 사기와 횡령·배임이 발단인지부터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정부와 당국은 이번 사태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기업 탐욕과 정부 무사안일의 합작품이다. 금융감독원은 티메프의 부실을 알고도 방치했다. 2022년부터 티메프에 경영 개선을 요구했을 뿐 후속 조치는 없었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대기업의 갑질을 막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티메프에 직접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고 티메프에 입점한 6만여 업체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擬律)이 어렵다”라고 남일 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법학 교수 출신이니만큼 법리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민사 문제라면 당사자 간 해결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두 회사를 합해 1조 원이 넘게 결제된 쇼핑몰에 사고가 터졌는데 정부가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현안 질의에 출석한 티메프 경영진은 무책임과 무능력만 드러냈다. 무엇보다 관심이 쏠린 입점 업체들의 판매대금 회수 가능성은 더 불투명해졌다. 사태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나타난 구 대표는 “가용한 자금은 800억 원이며 이마저도 당장 정산에 사용할 수는 없다”라며 사태 해결 능력이 없음을 시인했다. 최대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정산 판매대금 중 일부를 사업확장에 전용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놓겠다”라고 말했으나 무리한 사업확장의 실패에 따른 책임은 이미 사회에 떠넘긴 상태다.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무책임한 경영진 행보 속에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연쇄 도산 등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비상계획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

티메프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표시 광고나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에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 정부의 감독 소홀과 제도 개선 부족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머지포인트 사고나 티메프 사태 모두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터졌다. 차제에 감독 당국과 검찰은 이번 사태 관련자들의 거짓과 불법을 명백히 밝히고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업체도 시장지배적 지위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결제 주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강제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검·경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구 대표 출국 금지를 요청하는 등 책임규명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 당국도 대주주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와 철저한 자금 추적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후 유사한 사태 발생 시 이번처럼 늑장 수습에만 매달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산 시간 단축, 플랫폼의 판매 대금 관리 등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번 티메프 사태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2개월이 넘는 대금 정산 기간에 무이자로 막대한 자금을 굴리면서 발생한 금융사고 성격이 짙다. 이런 식으로 은행처럼 남의 돈으로 영업하면서 규제는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은 부실이 발생하는 순간 폭탄이 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객에게 돈을 먼저 받고 서비스는 차후에 제공하는 상조회사, ‘해피머니’ 같은 현금성 상품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지난해 말 926조 원으로 10년 사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상품, 빅테크 등까지 합치면 국내 비은행 금융권의 자산 규모는 1,508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 기법 발달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그림자 금융’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e커머스도 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 차원에서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공시 의무 강화와 결제 대금 예치 등 ‘그림자 금융’ 전반에 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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