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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가상승 못 미친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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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가상승 못 미친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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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7.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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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7월 12일 결정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9,860원보다 1.724%인 170원 오른 1만 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주 40시간 │ 월 209시간 근무기준)으로는 209만 6,270원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서기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당시 462.5원(1그룹 기준 │ 2그룹은 487.5원)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자 1,000원을 넘긴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을 결정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률 1.7%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코로나19 유행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던 2020년 심의 때 결정된 2022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2.6%에도 0.9%포인나 못 미쳐 사실상 삭감이나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9.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36%포인트나 낮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23년 5.0%, 2024년 2.5%, 2025년 1.7% 등으로 급락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시급기준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최저임금 6,030원(인상률 8.1%), 2017년 6,470원(7.3%),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2025년 10,030원(1.7%)으로 10년 새 평균 500원꼴로 6.13%씩 인상해 왔다. 2022년을 정점으로 고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실질임금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물가상승이라도 반영이 됐어야 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당시 물가상승률 전망치 3.4%를 밑도는 2.5% 인상에 그쳤었다. 당장 노동계는 “밥값은 한 번에 2천 원씩이나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고작 170원이 올랐다”라고 반발했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소비 위축은 물론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 전반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었다고 해도 월급에서 3만 원 오른 꼴”이라며 “고임금 노동자들에겐 다를 수 있겠지만 저임금 노동자들한테 물가 인상률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는 물가 인상률과 경제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은 4%대 중반은 돼야 했다”라며 “물가 인상률만큼은 올려달라는 심정으로 2.6% 인상을 제시했는데 그것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성지훈 부대변인 역시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며 “깊이 있는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고 수정을 거듭하다가 (공익위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범위 내에 들어온 것을 가지고 결정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비춰보면 최저임금 1만 원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영업자 폐업과 취약계층의 고용불안 등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원의 벽도 무너졌다.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다고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 자체는 아시아 최고라고 항변한다. 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7년간 최저임금이 52%나 오른 탓이다.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5.8%로 주요 7개국(G7) 평균 52%(2023년 기준)를 크게 웃돈다고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파이터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7% 인상 때 4인 이하 소기업 1만 1,994개가 폐업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2년 기준 전체 소기업 91만 6,240개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그 낙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2018년 7,630만 원에서 2022에는 7,290만 원으로 4.45%가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80만원에서 70만원으로 61.0%가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59.2%에서 2022년에는 64.8%로 높아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감소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동안 직원 없이 일하는 ‘나홀로 사장’을 양산했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알바’도 대폭 늘렸다. 이제 고용위축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전북대 최남석 교수는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 9,000개나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숙박·음식서비스업은 1만 2,000~1만 6,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의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호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충관계이자 시소게임과도 같기 때문이지만,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엔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문제도 크다. 해마다 노사가 인상률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사이 최종 심의는 공익위원들이 주도해왔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결정한다. 현 정부 들어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노골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고 있다. 이번에도 노동자안(시급 1만 120원 │ 2.6% 인상)과 사용자안(1만 30원 │ 1.7% 인상)이 맞섰지만 다수결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중재안의 근거도 일관성이 결여됐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경제성장률 + 소비자물가상승률 - 취업자증가율)’에 따라 최종 표결안을 도출했지만 이번에는 상한선 근거로 활용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폭 자체가 축소되고 인상률도 낮아졌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정한 최저임금 범위에 중재안을 꿰맞추기 위해 사후적으로 논리를 동원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중재안(심의촉진 구간)의 근거가 그때그때 다른 데 있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 생계비와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관된 기준과 잣대가 없다. 이번에 나온 중재안의 하한선은 1만 원(인상률 1.4%)이었다. 중위임금의 60% 수준과 2023년 노동계 최종제시안을 고려한 것이라는데, 지난해 심의에선 직원 300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총액 상승률이 근거로 쓰였다. 하한선이라고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노동계의 전년도 협상안을 근거로 삼았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결과적으로 중재안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억제하는 데 쓰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 선출 방식을 두고서도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도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특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국가가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이자 핵심이다. 노동 현장에선 임금총액이 곧바로 최저임금 수준에서 정해지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에서 노동자들의 생계비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도 노동자 생활을 안정시키고 사기를 올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내수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 측은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을 억누르기 위해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의 대립을 부각하는 등 사회적 약자 간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구태를 반복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과감한 개편 작업을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 자영업자 경영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낮은 최저임금만이 결단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아니된다. 아르바이트생의 노동력을 착취해야만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면 의당 옥석 가리기를 거쳐 구조조정되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하다. 자영업자 문제는 중장년층 일자리를 늘리고,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서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이 배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용자 측은 가사·돌봄 노동이나 음식점업 등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목적은 노동자 차별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더욱 확장돼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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