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갯벌 암살자 ‘갯끈풀’ 군락에 강화해변 황폐화 우려
상태바
갯벌 암살자 ‘갯끈풀’ 군락에 강화해변 황폐화 우려
  • 강화/ 김성열기자
  • 승인 2016.06.23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 해변 갯벌이 ‘갯끈풀’로 인해 황폐화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붉은색을 띤 염생식물 칠면초가 아름다움을 수놓았던 해변이었지만, 이제는 지름이 최소 50㎝에서 최대 2∼3m인 갯끈풀 군락으로 바뀌었다. 칠면초는 도요새·물떼새들의 먹이다. 흔했던 방게나 대 맛조개, 갯벌부추(갯추) 등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갯끈풀은 큰 것은 키가 1m 20㎝를 훌쩍 넘어 갈대와 흡사하다. 단지 갈대는 사이 사이에 틈이 있지만, 갯끈풀은 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다.
 갯끈풀이 갯벌에 한번 자리 잡으면 빽빽한 줄기와 뿌리 때문에 갯벌 속에 사는 게를 비롯한 기존의 저서생물들은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 살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갯벌의 암살자로 불린다.
 갯끈풀은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는 동막해수욕장에도 퍼져 있다. 분오리선착장에서 나타난 갯끈풀 군락은 동막 해변 2㎞에 걸쳐 강화 앞바다 최대 300m까지 잠식했다. 면적은 1만2천149㎡이다.
 한 지역주민은 “2008년 조그마한 형태로 몇 개씩 서식하던 것이 2014년 5월부터인가 급속히 번식하기 시작했다”며 “어른 3명이 지름 3m 정도의 갯끈풀 군락을 온종일 삽으로 파도 제거할 수 없다”고 했다.
 갯끈풀이 없을 때는 방게가 육지로 올라올 정도로 흔했지만, 현재는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동막 해안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 해상에 설치된 가무락 양식장 3곳(24.4㏊)도 이른 시일 내 갯끈풀에 점령당할 우려가 크다.
 ‘중국에서 조류를 타고 온 갯끈풀 종자가 동막 해변에 둥지를 틀었다’ ‘원양어선 평형수에 섞여 들어왔다’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무성하지만 아직 정확한 유입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갯끈풀은 추운 겨울에도 살아날 만큼 자생력이 강하다. 겨울철엔 풀잎만 노란색으로 변했다가 봄철이 되면 다시 초록색을 띤다.
 듬성듬성했던 갯끈풀 군락은 가을철이면 인근 군락과 합쳐 커다란 군락지를 이뤄 ‘아메바’식 번식을 한다.
 갯벌 속에 뿌리를 깊숙이 박고 퍼지기 때문에 제거하기 어렵다.
 해양수산부는 법정 유해해양생물에 갯끈풀을 추가 지정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작년 9∼12월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홍재상 교수팀에 의뢰해 이들 종의 분포 및 확산 현황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갯끈풀은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강화지역에서 6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증식하는 등 확산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갯끈풀이 자생 식물 서식지역을 잡아먹고 해양생물 서식처를 교란시켜 갯벌생태계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동막해수욕장 인근 분오리어항 지역에서는 어선 스크루가 갯끈풀에 걸리는 사고도 일어났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강화군은 인력을 동원한 제거, 장비투입, 제초제 사용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군락지가 듬성듬성 있어 어려운 데다 인근 어장이 피해를 볼까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수부와 강화군, 동막어촌계 등은 23일 대책회의를 열어 갯끈풀 제거작업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