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압록’의 제작팀과 관계자들이 12일 전남 곡성을 방문해 촬영지 탐방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김진홍 감독, 전 경우회 회장 김용인, 민선 2·3기 곡성군수 고현석, 배우 정혜선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여 영화의 역사적 의미와 촬영의 목적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압록’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침에 맞서 곡성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의 희생과 용기를 재조명하여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려는 취지로 제작된다.
1950년 7월 29일, 전라남도 곡성군 압록 부근에서 첫 번째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곡성경찰서의 한정일 서장은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과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대와 함께 압록교 근처에 매복을 준비했다. 이날 정오 무렵, 압록강 일대에서 야영중이던 북한군 제603 기갑연대를 경찰과 의용대가 총공격을 감행했다. 약 4시간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곡성 측은 아군 1명의 희생만으로 북한군 3명을 생포하고 52명을 사살, 다수의 무기를 노획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이 전투로 북한군의 남진이 1주일 이상 지연되었고, 이는 이후 전세를 역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압박이 계속되자 곡성 경찰과 주민들은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 봉두산 기슭에 위치한 태안사로 퇴각하여 최후의 저항을 준비했다. 태안사에서 펼쳐진 마지막 전투는 처절했다. 북한군의 공격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던 경찰과 주민 48명이 그곳에서 장렬히 전사하며 숭고한 희생을 남겼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현재 태안사에는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방문자들은 태안사의 충혼비와 압록 승전탑을 찾아 전쟁 당시의 상황을 깊이 되새기며 희생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태안사의 소나무숲은 깊은 정적 속에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 보였고, 참배자들은 충혼비 앞에 서서 전사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묵념했다.
김진홍 감독은 “이 영화가 그날의 역사를 생생히 되살려, 많은 이들이 잊혀진 영웅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 제작위원회에 따르면, ‘압록’은 지난 1년간 국방부와 경찰청, 전몰경찰 유족회 등의 협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해왔다. 배우 선발과 제작비 펀딩, 배급사 선정 등 영화 제작의 주요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영화는 국내 배급사 CGV를 통해 전국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며, 특히 6.25 참전국 60개국에서도 동시 개봉을 계획하고 있어, 한국의 전쟁 영웅들을 세계에 알리고 곡성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상선 공동추진위원장은 “경상도에는 ‘전쟁역사관’과 같은 시설이 있지만, 전라도에는 6·25 전쟁에 대한 기념 시설이 부족하다”며, ‘압록’이 전라도와 한국 전쟁의 숨은 영웅들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곡성/ 김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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