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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기간 상한규정 시급히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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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기간 상한규정 시급히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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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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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40억원이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51)와 처남 이창석씨(65)가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두 사람의 벌금 추가 납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이들의 노역장 유치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노역장 유치는 사실상 수감생활을 하는 절차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미납된 벌금에 상응하는 특정 기간 노역을 하게 된다. 형법에 따르면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상 벌금을 완납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사람은 수형자로 분류된다. 전씨는 이날 현재 벌금 38억6000만원, 이씨는 34억2090만원을 미납한 상태다. 미납한 벌금액수를 하루 400만원으로 환산해 각각 965일(약 2년 8개월), 857일(약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
검찰은 벌금 분납 기한이 지난 점과 두 사람의 재산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씨는 벌금 납부 능력이 없다는 점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역장 유치 사범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 통상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청소 등 환경정비 활동을 하게 된다. 전씨와 이씨는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땅 28필지를 팔면서 120억원 규모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 27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작년 8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40억원씩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검찰이 올 1∼6월까지 6개월에 걸쳐 분할 납부를 허가했지만 집행된 벌금은 소액에 불과하다. 전씨는 지금까지 1억4000만원, 이씨는 5050만원을 낸 게 전부다.
노역 일당의 형평성을 둘러싼 시비는 재작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사건 당시 크게 불거졌다. 허 전 회장은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이 확정됐다. 허 전 회장은 벌금을 내지 않은 채 해외로 도피해 호화 생활을 하다 2014년 3월 귀국해 벌금 집행 대신 노역장에 유치됐는데 노역 일당이 5억 원으로 결정된 사실이 드러나 세간의 공분을 샀다. 이른바 '황제 노역' 사건이다. 당시 노역 일당 5억 원은 역대 최고 액수다. 이후 법률 개정 작업이 이뤄져 재판부 재량으로 3년 이내에서 노역장 기간이 정해져 있던 것을 벌금 액수에 따라 유치 기간 하한선을 정하기로 했다. 벌금 1억~5억 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50억 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역 기간의 3년 상한 규정은 방치한 채 벌금 액수에 근거한 하한선을 정하기로 한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보인다.
노역 기간의 상한 규정을 그대로 놔두고는 고액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환형 유치에 대한 특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벌금형과 징역형을 둘러싼 법률적 논란의 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죄질에 합당한 형량을 결정하는 일이 우선이다. 상한선을 없애거나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회적 명사나 고위층 인사에 대한 양형 부당 문제를 사법부 내부에서 단죄 의지를 갖고 검토에 나서야 한다. 고액 벌금 미납 행위 자체에 대해선 검찰이 적극적으로 손을 대야 할 것이다. 벌금 40억원 가운데 재용씨는 1억여원을, 이씨는 고작 5000만원을 납부한 상태다. 법률적 허점을 악용해 적당히 죗값을 치르고 얼버무리겠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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