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인하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빠르게 내려 내수 경기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내려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두 차례 연속 인하한 것이다.

최근 139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며 미 달러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그만큼 경기와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를 가록하며 기존 예상(0.5%)보다 5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발 정책 리스크로 인해 향후 수출이 더 크게 둔화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한은이 선제적인 인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4%(약 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도 이날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금리 인하 결정 직후에 바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4%에서 2.2%로 낮췄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낮췄다.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2%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은 잠재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한다는 의미한다. 

내년 성장률이 1.9%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한은 금통위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되었다"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인하 배경을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2명이 동결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커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 대선 결과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레드 스윕’ 결정은 예상을 넘어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분기에 예상보다 수출 물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수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수출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 전망 조정이 불가피했고 이에 따라 금리 조정도 이뤄졌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는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가계부채도 지난 8월을 정점으로 증가액이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수출 증가세는 주력 업종에서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환율이다. 연속 금리 인하는 환율 불안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이달 들어 트럼트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막 노선인 1400원을 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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