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첩, 단순한 글자 아니라, 한 해 희망・소망담는 전통문화"
지난 3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가 몰아치며 봄기운을 느끼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입춘이지만 봄은 아직 멀었다"는 말처럼, 전국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날씨와 상관없이 입춘은 한 해의 출발을 의미하며, 예로부터 조상들은 이날을 맞아 다양한 전통과 의식을 통해 복을 기원했다.
입춘은 농경 사회에서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인식되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왕이 직접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친경(親耕)’ 행사를 열었고, 백성들 또한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방(立春榜)을 붙이며 가정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했다. 또한, 이날은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의미로 다양한 풍습이 전해졌다. 전통적으로 입춘에는 입춘첩을 써 붙이는 것 외에도, 입춘절식으로 봄나물이나 부럼을 먹으며 새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입춘굿이 열려 마을의 안녕을 빌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입춘을 맞아 "입춘 기도"를 봉행하며, 여러 사찰에서는 대중이 함께하는 "입춘 법회"를 열어 한 해 동안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 특히, 일부 사찰에서는 ‘입춘첩’을 대웅전에 붙이고, 신도들에게 직접 나누어 주며 부처님의 가피를 기원한다. 입춘 법회에서는 "불공(佛供)", 즉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기도를 드리는 의식이 진행되며, 사찰에서는 "입춘불공"이라 하여 신도들이 가족의 건강과 소망을 기원하는 기도문을 작성해 봉안하는 풍습이 있다.
이와 함께, ‘입춘 나한재’라 불리는 나한(阿羅漢) 신앙 법회가 열려, 수행자들은 한 해 동안의 수행 정진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는다.
입춘과 관련하여 여러 고승들이 남긴 어록이 있다.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993)은 "입춘이라 해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맑히는 순간 참된 봄이 시작된다"고 하며, 입춘을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닌 마음가짐의 전환점으로 여겼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탐욕과 번뇌를 내려놓을 때 진정한 새로움이 찾아온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비록 이번 입춘은 매서운 추위 속에 찾아왔지만, 입춘이 주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조상들은 이날을 맞아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불교에서는 수행과 기도를 통해 올 한 해의 가피를 바라보았다. 날씨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전통과 신앙이 어우러진 입춘, 이제 겨울을 지나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다.
한편, 곡성 출신의 서예가이자 인재서예연구원 원장인 양찬호(梁燦鎬) 선생은 입춘을 맞아 직접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 서예 작품을 선보이며, 입춘의 의미를 되새겼다.
양찬호 원장은 곡성읍 신기리 출신으로, 서예 명인 일속 오명섭 선생에게 서법을 사사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최고위과정을 수료한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대통령상을 비롯해 국회의장상, 국무총리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전남도지사상 등 다수의 서예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또한, 국가공인 한자능력 1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곡성레저문화센터에서 평생학습 서예 강사로 활동 중이다.
양 원장은 "입춘첩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한 해의 희망과 소망을 담는 전통 문화"라며, "서예를 통해 입춘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직접 쓴 ‘입춘대길’, ‘건양다경’ 서예첩은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어졌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대문에 붙이며 다가올 봄의 복을 기원했다.
[전국매일신문] 곡성/ 김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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