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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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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한국인
  • 최승필 지방부국장 화성·오산담당
  • 승인 2016.08.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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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규모가 세계 10위 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중 가장 외롭다.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 라는 이 질문에 한국인의 72.4%만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나머지 27.6%는 어려울 때 의지거나 도움을 받을 가족 및 친구가 없는, 즉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고립 상태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지난해 조사된 사회통합지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였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최상위권인 스위스와 덴마크는 95% 이상이 ‘있다’고 했고, 중남미의 칠레(85%)와 멕시코(76.7%)도 우리보다 높았다.
이 같은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각국 사람들이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준을 점수화했더니 한국은 10점 만점에 고작 0.2점이었다.
OECD는 사회적 관계와 함께 주거환경, 건강상태, 일과 삶의 균형, 직업과 근로소득, 개인적 안전 등 11개 영역을 평가해 ‘사회통합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사회통합 수준은 평균(6점)에 못 미치는 5점짜리로 집계됐다. 사회통합지표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는지, 그런 의식을 가질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보여준다.
점수가 낮다는 건 사회의 질서와 제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사회보장제도에서, 인간다움을 위한 소득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소외돼 있고 그들을 보듬어줄 시스템은 부족한 실태를 이 지표는 말해주고 있다.
주거환경과 건강상태, 일과 삶의 균형, 직업과 근로소득, 개인적 안전 등의 영역에서는 중간 수준을 보였으나 우리나라의 사회적 관계(고립감)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것은 OECD 통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의 경우 지난 2003년 이후 12년 동안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사망률은 매년 증가해 2011년 31.7명까지 증가하고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작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나 된다.
특히, 더욱 심각한 노인 자살률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55.5명으로 전체 평균 자살률의 2배 수준이다. OECD 평균 자살률 12.0명과 비교하면 5배에 가깝다.
1인 가구는 올해 523만202가구로 집계됐고, 그중 65세 이상 1인 가구가 144만2544가구로 전체의 약 25%에 달했다. 고독사를 뜻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1245명이었고, 그중 40∼50대 남성이 483명으로 38.7%를 차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오는 2040년에 이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52세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인구를 연령의 크기순으로 일렬로 세워 단순히 균등하게 2등분 한 ‘중위연령’으로 보면 지난해 40.8세로 2000년 31.8세에서 2014년 40.2세로 높아진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2040년에는 52.6세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전년대비 0.38% 증가한 5062만 명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2030년 5216만명으로 정점에 도달 후 차츰 감소할 것으로 최근 통계청은 전망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출산 수준의 지속적인 저하와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인한 수명 연장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6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762만2000명으로, 2015년 662만4000명의 2.7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재 25%에 이르고 있는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고립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혼인건수가 줄어들면서 1인가구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도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2010년 1인 가구 비율은 23.9%로 30년 전인 1980년(4.8%) 보다 19.1%포인트 상승했다.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젊은 연령층이 결혼을 미루며 독립해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노인들도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4년 혼인건수는 30만6000건으로 1990년 이후 2005년까지 급감한 후 다시 소폭 증가했지만 최근 3년간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혼건수는 2014년 11만6000건으로 최근 10년간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의 초혼연령도 2014년 남자 32.4세, 여자 29.8세로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황혼이혼의 증가에 따라 이혼연령도 남자 46.5세, 여자 42.8세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사회적 관계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심화하는 사회 갈등으로 인해 통합도가 낮아지면서 사회적 관계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낮은 복지수순 및 복지 사각지대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족이나 벗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는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취약한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부터 건강수명과 고독사 같은 죽음에까지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고립상태는 사회적 갈등에서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있어서 생각이나 태도 등이 충돌하는 것으로, 상호 간 이해관계나 가치 척도 등이 다른 경우에 발생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지위에 따른 역할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며 불합의와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 갈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사회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 사회통합도 저하로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단절되는 관계, 온기를 잃어가는 사회, 그 결과 무너져가는 공동체에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현안과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회통합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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