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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끝 전술의 마지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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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끝 전술의 마지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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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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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사실상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연소실의 추진력 특성과 '타빈 뽐쁘(터빈 펌프) 장치', 조절계통, 각종 번들의 동작 정확성과 구조적 안정성·믿음성을 비롯한 고출력 엔진의 전반적인 기술적 지표들을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으며, 결과적으로 지표들은 목표치에 도달했다. 김정은이 서해발사장 감시대에 올라 시험 진행을 명령하자 고출력 엔진은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을 뿜어냈다. 김정은은 시험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국방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얼싸안거나 등에 업는 것으로 그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김정은은 "이번 시험에서의 성공은 로켓 공업부문에 남아있던 교조주의, 보수주의, 형식주의와 다른 나라의 기술을 답습하던 의존성을 완전히 뿌리 뽑고 명실공히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확고히 전변된(바뀐) 주체적인 로켓 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사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새형(신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를 수 있는 과학기술적 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됐다"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고출력 엔진이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추진력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엔진 4개를 묶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ICBM 엔진 시험을 공개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달 12일 신형 '북극성 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데 비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ICBM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인 다음 달 15일이나 군 창건 85주년인 25일께 ICBM 발사를 포함한 전략적 수준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춘 북한의 이번 사진 공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내에선 선제공격론,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론 등 다양한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정도로 대북 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 북한이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고 강하게 성토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중·일 순방에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곳에 당도할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를 최악의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벼랑 끝 전술'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과거에도 상투적으로 사용한 수법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ICBM의 사정권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 되면 군사적 대응 경고가 단순히 '겁주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 도발을 감행하겠느냐는 낙관론도 없지 않으나, 북한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다음 달 초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이 유리한 국면 확보를 위해 계산된 도발을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갈수록 불안정성을 더해가는 불가측한 구조로 변하고 있는 만큼 더욱 굳건한 대비 태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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