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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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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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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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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10대 소녀가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이 병원 진단서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10대 소녀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이번 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고교 자퇴생 A양(17)을 이번 주 6∼7일께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B(8)양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2015년 이후 A양의 병원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그는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최근까지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입원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최초 우울증으로 치료받다가 질환이 악화해 조현병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범행 장소인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A양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A양과 함께 사는 부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 40∼46분 차례로 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앞서 당일 낮 12시 50분께 B양을 데리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오후 4시 9분께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나온 후 귀가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살인부터 시신유기까지 모든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언어 와해, 정서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정신과 질환이다. 원래 정신분열증으로 많이 불렸는데 '분열'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2011년부터 병명이 바뀌었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환자가 혼란스러운 증세를 보이는 데서 병명이 유래했다. 뇌 속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이상으로 발병한다고 한다. 최근 신경전달 물질 조절 등 약물 치료법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조현병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만 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게 정신의학계의 주장이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대부분 치료를 중단하거나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그 결과가 치명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5월 큰 사회문제로 비화했던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조현병 환자였던 범인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을 골라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달 13일 경기 화성시 향납읍에선 조현병 환자 서모 씨(25)가 1시간 넘게 배회하다 고른 20대 여성을 100여m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같은 달 15일 인천 연수구에선 조현병 환자 A(33)씨가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발로 마구 차 숨지게 했다. 이밖에 작년 5월 서울 수락산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흉기 살해 사건, 10월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벌어진 경찰관 살해 사건 등 조현병 환자가 온전하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사례는 허다하다.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환자는 가족 등 개인에 맡겨 놓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맞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고한 타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조현병 환자의 경우 정부의 의료급여 지원비만 갖고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도 사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 본다면 조현병 환자의 '책임지기 어려운'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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