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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숯불에 물 부어 펜션 화재 발생"… 유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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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숯불에 물 부어 펜션 화재 발생"… 유족 "아니다"
  •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 승인 2014.11.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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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명의 사상자를 낸 담양 H펜션 화재의 생존자가 경찰 조사에서 “숯불에 물을 끼얹어 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유가족들은 또 다른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숯불이나 불판에 직접 물을 끼얹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화재 원인을 놓고 경찰과 유가족이 부딪치고 있다. 전남 담양경찰서는 지난 18일 오전 담양군 대덕면 H펜션 화재 현장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한 2차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 감식에서 생존자 2명은 경찰에 “다 타버려 교체한 숯불이 거세게 올라오자 누군가 물을 끼얹었고 잠시 뒤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생존자 2명 중 1명은 당시 화재가 난 테이블에, 나머지 1명은 바로 옆 테이블에 있었다고 전했다. 생존자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은 숯불에 물을 끼얹어 발생한 이른바 ‘슬롭오버(slop over)’ 현상을 화재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치솟은 불길이 천장의 억새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등에 옮겨붙으면서 유독가스가 급격히 발생,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대학생 등 4명이 질식해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담양군 대덕면 마을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또 다른 생존자 증언을 공개하며 “숯불에 물을 끼얹어 화재가 났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 생존자는 화재 당시 바로 옆 테이블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이 전한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불판 주변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었고 숯불이 생각보다 거세게 올라오자 숯불 위에 놓인 불판을 옮긴 뒤 그 공간에 물을 부었다. 유가족들은 “바비큐장에 창문이 있었지만 비닐로 막아진 상태였고 출입문만 열어둔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었다”며 “평소 고기 기름 등이 제대로 닦이지 않은 내부 구조물과 환기조차 되지 않은 공기 등에 의해 불이 번진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과실로 인해 불이 난 것이 아니라 화재에 극도로 취약한 내부 구조와 업주의 평소 관리 부실로 인해 작은 불이 천장까지 번졌다는 주장이다. 이 생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누군가 ‘다 나가’라고 소리쳤고 3~5초 사이 바비큐장을 빠져나와 뒤돌아보니 출입구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며 “더이상 아무도 나올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또 "다음 날 라이딩이 예정돼 있었다. 누가 목숨을 내걸고 전날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겠나”라며 술에 취해 인명 피해가 컸다는 일부 주장도 반박했다. 생존자들은 원래 펜션 안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려 했으나 업주가 야외 바비큐장 이용을 권하면서 회식 장소를 옮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H펜션 운영자인 광주 한 기초의회 의원 최모씨 부부를 19일 오전 소환해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누가 실질적인 운영자인지 명확히 규명한 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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